임단협 첫 상견례기본급 9만9000원 인상-당기순이익 30% 성과급-정년 연장美 투자도, 전기차發 인력조정도 반대
  • ▲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위해 처음 만나 대화를 한다. 그러나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미국 투자결정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양측이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논의가 생산적으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 현대차의 미래 계획이 중대한 고비를 맞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오후 2시 울산공장 본관에서 공식 상견례를 가진다. 이들은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요구사항과 서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노조)은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사측과 각 세우기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양보한 부분까지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5일엔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우선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미래협약을 체결하고 난 후에 해외를 거론하는 것이 순서”라며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기본급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별도로 정년 연장, 징계기록 삭제, 일자리 유지를 위한 미래협약 등을 제시했다.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고 2년 연속 파업 없이 마무리 지은 지난해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임금 인상과 함께 가장 큰 쟁점은 정년 연장이다. 노조는 특히 기존 만 60세인 정년을 만 64세로 바꾸는 방안에 사활을 걸고 있다.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기 전까지 일을 해야 소득 틈(크레바스)를 대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노조 측은 “어려운 여건이지만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 욕구가 얼마나 큰지 사측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전기차로의 전환에 일자리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경계감도 깔려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이 적고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생산 시 최소 7000명이 넘는 잉여인력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일자리 유지를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한다는 미래협약도 제안했다. 미래협약은 △고용 안정 △육체적·정신적 노동 강도 완화 △국내 중심의 연구·생산 △미래 기술 도입과 공정한 혜택 등을 골자로 한다.

    회사 측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충격과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을 감안할 때 임금을 대폭 올리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위기를 예고했다. 울산 1·3·5공장과 아산 공장은 부품을 제때 구하지 못해 수시로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일시 가동중단의 손실은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로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설립된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사무·연구직 노조)도 신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상견례를 요청하는 등 본격 활동에 나서고 있다.

    임단협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는 경우 현대차는 미래 사업전략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노사 갈등이 발목을 잡아 전기차 전환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가 늦어져 현지 시장을 선점하게 되는 기회를 놓칠 때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미국서 팔린 전기차는 32만8000여 대에 불과했다. 전체 판매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로, 유럽(11%) 및 중국(6%)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장기적 성장 궤도에 올라타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며 “노조가 있어야 회사가 있고,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있다’는 가치를 기반으로 양측 모두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