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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옛 고덕주공3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A모 조합장과 B모 사무장이 중간단계를 통한 3자매각방식(속칭 쓰리쿠션)으로 단지내상가 4개실을 편법취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구용어인 쓰리쿠션은 부동산소유자가 물건을 내놓으면(1차) 제3자 매수자에게 미등기로 물건을 구입하게 한 후(2차) 전매를 통해 최종 취득(3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같은 비위의혹이 알려지게 된 것은 2016년부터 5년째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조합 회계감사를 맡아온 차영석(55)씨 양심선언에서 비롯됐다.
모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2년 국내 굴지 금융기업에 입사해 줄곧 외길을 걸어온 해당분야 전문가로 지금은 계열사 모지점에서 고위급 간부로 일하고 있다.
지난 11일 저녁 경기도 하남시 고덕주공3단지 청산금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차씨는 "(그동안 감사활동이) 우매하고 안일했다"고 자책했다.
차씨가 조합집행부의 상가 편법취득 정황을 인지하게 된 것은 지난달 중순쯤이다.
차씨는 "어느날 퇴근길에 모 조합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주택조합원인 A조합장과 B사무장이 상가조합원을 대상으로 공급한 상가를 미등기전매를 통해 총 4채 편법취득했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차씨는 곧바로 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해당의혹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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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입수한 고덕아르테온 근린생활시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2동 제2층 제201호 현재 소유주는 A조합장 부인(10분의 3)과 첫째아들(10분의 7)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었다. 또 3동 제1층 제105호는 A조합장 본인(10분의 3)과 둘째아들(10분의 7)이 공유중이다.
눈에 띄는 것은 A조합장의 두 아들들 모두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조합 주거래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2019년 상가매입 당시 두 아들의 나이는 첫째가 만30세, 둘째가 만26세였다. 이들은 ○○은행 고덕지점에서 상가를 담보로 각 12억원, 8억5200만원씩 돈을 빌렸다.
상가조합원이 아닌 이가 상가를 구입한 사례는 또 있었다. 바로 B사무장이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고덕아르테온 근린생활시설 1동 제3층 제302호는 B사무장과 그의 아들(당시 만27세)이 3대 7 지분으로 나눠 갖고 있고, 3동 제1층 제106호는 B사무장이 100% 소유하고 있다.
B사무장과 아들 역시 ○○은행 고덕지점에서 상가를 담보로 각 7억800만원·4억4400만원 빚을 졌다.
놀라운 점은 이들 모두 상가매입금액의 상당부분을 대출로 메웠다는 것이다. 일례로 3동 제1층 제106호 경우 매매가액은 4억8410만7000원이며, 이중 4억4000만원을 은행에서 융통했다.
차씨는 "A조합장과 B사무장은 1차 근린시설 분양 당시 상가조합원 S씨와 L씨에게 미등기전매를 조건으로 상가를 분양받게 했다"며 "만약 S씨와 L씨가 상가를 직접 운영할 계획이었다면 1차때 산 상가를 팔고 다시 2차때 재분양을 받아 또 조합장과 사무장에게 되팔진 않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조합집행부의 비리행위 근절도 감사의 몫이라고 판단한 차씨는 해산총회(5월26일)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18일 고덕주공3단지 조합원카페에 폭로 글을 올렸다.차씨는 "조합원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네이버밴드 '한마음 아르테온'에 조합장과 사무장 비위행위가 담긴 글을 처음 올렸다"면서 "그런데 5분만에 삭제됐고 회계감사인 나를 강퇴(강제퇴장)시켰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어떻게든 이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조합측에 명부를 요청했지만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사실상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또 집행부가 현재 추진중인 조합청산에 대해 "증거를 인멸하려는 행위"라며 "조합해산은 잔소리하는 시누(대의원·감사)가 없어지는 꼴"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조합해산은 조합원에게 실익이 전혀 없다. 재건축사업은 조합원의 부동산자산을 개발해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다. 2017년 당시 비례율은 105.89%였다. 새집을 받고도 5.89%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구조였다"며 "A조합장은 2017년 이후 추가개발이익에 대해 조합이 해산해야만 환금액을 나눠줄 수 있다고 회유하고 있지만 도정법상 총회안건으로 상정해도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차씨는 또 조합해산시 조합원 재산에 상당한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예고했다.
차씨는 "해산 전과 후 상황을 비교해 보면 조합장 급여가 1년에 1억2000만~3000만원 사이인데 해산을 한다고 해서 인건비가 줄어들진 않는다. 구청승인이 떨어지면 조합장은 청산위원회 대표로 월급을 받아간다"면서 "청산인은 임기가 없다. 다만 해산과정에서 이사회·대의원·감사기관이 해체돼 사실상 잔소리하는 시누이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차씨는 "고덕주공3단지 보다 규모가 작은 고덕시영도 회계법인 세무자문을 통해 납부한 세금 112억원을 되돌려 받았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과정을 통해 재산을 지켜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A조합장은 지난 해산총회서 분양대금통장을 파쇄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조합도 해산하기 전 통장을 파쇄 하려한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A조합장과 B사무장의 상가 편법취득 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을 답변할 이유가 없다"면서 "더구나 당신이 우리 조합원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