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 한미은행 전산시스템 노후화 심각, 기업금융‧소매금융 전산 제각각소비자금융 매각땐 기업금융 차질 우려…씨티그룹, 전산 투자 무관심금융당국에 낸 전산 통합 계획 불이행…금감원 '감독 소홀' 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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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씨티은행이 매각 방식을 놓고 진통을 겪는 가운데 전산시스템 노후화가 매각의 변수로 떠올랐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변화하기 위해 전산시스템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씨티은행이 그동안 전산 투자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물론, 금융당국도 씨티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전신인 한미은행이 1995년 구축한 전산시스템인 ‘코어뱅킹 시스템’을 26년째 사용 중이다.

    코어뱅킹 시스템은 금융권 전산시스템의 1세대 격인 ‘신종합온라인시스템’으로 씨티은행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보수해 쓰고 있다.

    지난 2004년 미국 씨티그룹은 구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출범할 당시 씨티그룹 글로벌 전산시스템으로 통합을 시도했으나 여러 이유로 실패한 이후 여전히 코어뱅킹 시스템을 사용 중인 것이다. 

    씨티은행의 한 직원은 “전산시스템 개선과 통합이 십수년째 이뤄지지 않는 데다 각종 보고서 시스템도 통합 전 한미은행 보고서 시스템(Cold System)을 사용 중”이라며 “다른 은행들은 전산시스템에 수천억씩 투자하는데 씨티은행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통상 10년 주기로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것과 비교된다.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기반 금융업무 확대와 데이터관리 고도화 등 미래형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들여 전산시스템 교체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씨티은행은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의 전산시스템도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금융은 코어뱅킹을 기반으로 개발된 FLEX-cube(플랙스 큐브)를 이용 중이며 소비자금융은 기존의 코어뱅킹을 사용 중이다.

    문제는 기업금융(플랙스 큐브) 전산시스템은 현재로선 소비자금융 코어뱅킹 시스템으로부터 분리된 독립 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을 추진하는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만 매각할 경우 남아있는 기업금융부문 운영에 문제발생 소지가 있다”며 “기업금융과 소매금융 전산시스템 분리작업만 2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씨티은행의 전산시스템 노후화 불똥은 금융당국으로까지 튀는 분위기다.

    씨티은행이 통합도 제대로 안된 노후화된 전산시스템을 십수 년째 쓰고 있음에도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이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씨티그룹은 구 한미은행 인수 승인 신청 당시 금융당국에 ‘씨티은행 국내지점과 한미은행의 전산시스템 통합안’이 담긴 ‘씨티그룹의 향후 한미은행 주요 경영방향’을 제출한 바 있다.

    이 경영방향에는 씨티은행 국내지점과 한미은행의 통합을 위해 위험관리, 콜센터, 보안시설 등 조직 전반에 걸친 전산시스템 개선을 비롯해 한미은행 전산시스템을 씨티그룹 전산시스템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최정식 국제사무직노조연합 한국협의회(UNI-KLC) 사무총장은 “씨티그룹은 한미은행을 품에 안고 난 이후 자산을 깎아 먹으며 고배당을 하면서도 사업을 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좋은 은행으로 있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씨티은행뿐만 아니라 SC제일은행 역시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인수한 이후 과거 노후화된 전산시스템을 그대로 쓰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감독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금감원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것”이라고 비판했다. 

    씨티은행은 구 한미은행 전산시스템을 26년째 사용해온 이유에 대해 “한미은행과 통합 당시부터 코어뱅킹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전략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라며 “기업금융은 씨티그룹 글로벌 표준인 Flexcube(플랙스큐브)를 이용 중이며 소비자금융은 기존의 코어뱅킹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디지털전략과 전산시스템 포트폴리오 관리계획에 따라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차세대, 빅데이터 인프라를 신규 구축했으며, 콜센터, 텔레마케팅 시스템 차세대를 진행하는 등 디지털 전략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투자해왔다”며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시스템을 차세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해 안전성과 건전성 개선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에도 이 사안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