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 주춤에 은행 대기자금 급증5대은행 6월 요구불예금, 전월比 19.7조↑대형 공모주 청약 겨냥, 자금 유치 활발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은행들이 시중의 풍부한 대기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주춤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 자금과 대형 공모주 청약을 기다리는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41조5351억원으로 전월 대비 19조6905억원(3.17%) 불어났다. 지난 5월 4조6000억원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 들어 감소세를 보이던 정기 예‧적금도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달 5대 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660조7460억원으로 전월 보다 1조1125억원 늘었다.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이유는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대기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같은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공모주 청약을 위해 은행에 미리 실탄을 쌓아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일반 청약일은 이달 26~27일, 크래프톤은 다음달 2~3일, 카카오페이는 내달 4~5일에 진행한다.  

    청약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청약 이후 환불금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최대한 많은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한 번의 가입으로 증권계좌 9개를 동시에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 증권계좌 일괄신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모주 투자를 위해 증권사 계좌를 만드려는 고객들을 겨냥한 것으로, 신한 쏠(SOL) 앱에 접속해 은행 계좌만 개설하면 간편하게 원하는 증권사에 연결할 수 있다.

    국민은행의 증권연계계좌 'KB able Plus 통장'의 가입자 수는 최근 12만5000명을 넘어서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통장은 지난 2017년 10월 KB증권과 공동 개발한 상품으로 은행 계좌 잔고만으로 증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증시 활황으로 전체 가입자의 80% 가량이 최근 6개월 사이 몰렸다. 

    SC제일은행은 여유자금관리에 특화한 자유입출금통장인 ‘SC제일마이시그니처통장’을 이달 초 선보였다. 돈을 입금하면 한 달간 0.01%의 금리만 적용되지만 이후부터는 거래실적에 따라 0.1~0.7%포인트까지 기본금리를 차등 적용한다. 통장에 돈을 오랜 기간, 많이 넣을수록 유리하다. 

    은행 관계자는 “올 하반기 은행들은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 자금을 투자상품으로 유도해 운용함으로써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세웠다”며 “은행들의 하반기 KPI(핵심성과지표)도 핵심예금과 활동고객, 자산관리상품 확대 등 실적위주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