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우조선, 조건부 승인 유력대선조선과 기술협력 파트너십, 연합전선 구축해양 원자로와 자동항법운항 등 기술 고도화대형 해상 풍력 부유체 독자개발, 드릴십 처분, 재무개선 집중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자료사진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자료사진
    조선 빅3로 평가되는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 시점이 다가오면서 홀로남는 삼성중공업이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통용되는 조선업계 특성상 3강에서 1강1중으로 재편되면 시장에서의 위상도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그룹 등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말로 그어진 대우조선해양 신주인수권 취득 기한에 맞춰 인수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EU가 조만간 '조건부 승인' 형식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강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핑계로 심사를 미뤘지만 더이상 연기할 명분을 찾기 힘든 까닭이다. EU집행부 동향을 살피는 우리나라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각 사에 전달한 것도 최종 합병시점이 다가왔다는 방증이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하게 되면 삼성중공업은 입지가 흔들릴 공산이 크다. 한국조선해양의 지난해 매출은 15조원 수준, 여기에 자회사 현대미포조선도 2조8000억원을 올렸다. 연 8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까지 합쳐지면 연매출 25조원 거대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은 6조8603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중공업이 선택한 생존전략은 중소형 조선사와의 합종연횡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대선조선과 친환경·스마트십 기술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키로 했다. 회사가 가진 고급 기술력을 중소형 조선사에 전달해 든든한 우군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중공업은 친환경 선형 및 연료절감장치 설계 정보를 교류하고 독자 개발한 스마트십 시스템 에스베슬(SVESSEL)을 확대보급키로 했다.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는 드릴십 처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이탈리아 전문 시추선사 사이펨과 드릴십 1척을 용선계약했다. 사이펨이 2022년까지 드릴십을 사용한 뒤 매입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이 드릴십은 2013년 그리스 선사로부터 5억5000만 달러에 수주했지만 끝내 계약이 해지돼 골칫거리로 남았던 선박이다.
  •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해상풍력 부유체 이미지ⓒ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해상풍력 부유체 이미지ⓒ삼성중공업
    소형 모듈원자로(SMR)을 응용한 해양 용융염원자로(MSR) 개발에 나서는 등 미래 기술 확보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MSR은 핵연료 사용주기가 20년 이상이어서 선박 수명 내내 사용가능한 고효율 동력원이다. 삼성중공업은 또 미국 블룸에너지와 공동으로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로 추진하는 LNG 운반선을 개발하기도 했다. 화물창에서 자연기화되는 LNG를 활용해 연료전지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내연기관은 물론 오일을 이용하는 각종 장치가 필요 없는 혁신적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독자 개발한 해상 풍력 부유체로 시장 다각화를 모색하는 것도 눈에 띈다. 삼성중공업은 9.5MW급 대형 해상 풍력 부유체 모델을 개발하고 노르웨이 선급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을 따냈다. 콤팩트한 구조로 공사기간을 줄이는 한편, 극한의 해상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은 정부가 추진 중인 6GW 규모 동해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액면가 5000원 주식을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연이어 단행하는 재무구조 개선 노력도 한창이다. 감자를 통해 자본금은 3조1505억원에서 6301억원으로 감소하게 되며 증자 이후에는 주식 총수가 8억주에서 15억주로 늘어난다. 감자 기준일은 이달 26일, 증자된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달 10일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6년 연속 적자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뼈를 깎는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우리만의 기술력과 생존전략을 감내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