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2050년까지 일제히 탄소 제로 선언투자‧대출한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측정‧공개금융권, 기업들에게 탄소배출 감축 요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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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과 투자를 통한 간접적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요구를 받는 금융사들이 탄소배출량과 감축 목표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금융사들은 계열사뿐 아니라 대출과 투자를 해준 기업들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측정‧공개해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 친환경 기업을 지원하고 저탄소 경제로 전환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금융사의 탄소배출량 공개는 산업계 등 사회 전반의 탄소감축 움직임에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최근 국내 금융사 최초로 국제 기준에 맞춘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공개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에 따르면 KB금융 계열사들이 대출과 투자를 해준 기업들과 각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2676만 이산화탄소 환산톤(tCO2eq)이다. 

    KB금융이 1년간 자체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14만톤이다. KB금융이 대출과 투자를 한 기업이 배출하는 전체 양의 0.5% 수준이다. 

    금융사들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도를 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SBTi(과학적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가 지난해 10월 금융회사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가이던스를 첫 공개하자 KB금융이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KB금융은 이 가이던스에 따라 ‘탄소회계금융협의체(PCAF)’의 방법론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측정했다. 특정 기업에 대한 KB금융의 대출액(투자액)을 해당 기업 가치로 나누고, 여기에 해당 기업의 총탄소 배출량을 곱하는 식이다. 

    KB금융은 이를 통한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3% 줄이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KB Net Zero STAR’ 전략을 세웠다. 이번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 공개를 바탕으로 SBTi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KB금융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지주도 2050년까지 그룹과 자산포트폴리오 탄소배출 제로달성을 장기 목표로 세웠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 38.6%, 2040년 69.6%까지 줄인 뒤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기로 했다.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은 우리금융이 647만톤, 신한금융 1289만톤이다.  

    하나금융지주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과 석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면 제로(0)화를 최근 선언했다. 

    금융사들이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활발히 참여하게 될수록 기업들은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탄소회계금융협의체’처럼 금융회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권을 측정할 경우, 금융사가 대출기업에게 탄소배출량 보고서나 탄소배출을 줄이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고객인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측정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며 “향후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 기업들은 금융사 대출을 받을 때 패널티를 부여받거나 아예 대출을 못 받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