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제유가가 차익실현 매물과 위험회피 심리 강화로 나흘 만에 하락했다.
2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에 비해 배럴당 0.94달러 하락(-1.37%)한 67.42달러에, 중동산 두바이유는 0.42달러 오른 70.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거래일대비 1.18달러 내린 71.07달러에 거래됐다.
WTI의 경우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올라 차익실현 압박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뉴욕 증시가 카불 공항 폭발 소식에 하락하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유가도 주가와 함께 하락했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는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져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한다.
이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무장괴한들의 총격과 두 건의 자살폭탄테러로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카불 응급병원으로 부상자 60여명이 이송되는 등 사상자도 여럿 나왔다.
카불 공항에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해외로 대피하려는 수천명의 아프간 현지인이 모여들어 혼란을 빚고 있는 상태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31일 대피 작전과 철군 완료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미국 당국자들은 카불 공항에서의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소식으로 미국 3대 지수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도 지속됐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글로벌 리서치 및 애널리틱스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상황이 시장에 계속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확진자 수가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고 여행 제한의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원유 수요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오안다 증권의 에드워드 모야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원유 수출이 크게 줄었고, 제트연료 수요가 부진해 유가를 더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미국에서 디젤과 제트연료를 포함하는 증류유 재고는 예상과 정반대로 늘었다.
한편 멕시코만 지역 정유시설 화재로 불거졌던 원유 공급 감소 우려는 다소 해소됐다. 멕시코 국영업체 페멕스는 예정대로 이날 중단했던 원유시설의 가동을 재개했다며 하루 7만1000배럴의 생산량을 회복했고, 수 시간 내 11만배럴을 추가 복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페멕스의 원유설비는 지난 일요일 화재로 하루 40만배럴가량 타격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