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국인 매도 영향으로 하락장…환율 급등·반도체주 매도 악순환이달 모멘텀 부재로 박스권 지속 전망…대내외 변수 영향 고려한 방어적 대응 필요개별 모멘텀 집중한 시장 대응 추천…성장주·가치주 투자 전망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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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하며 약세장을 이어온 가운데 9월 증시는 박스권 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와 환율의 등락 등 각종 변수에 따라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어적인 시장 대응 전략이 조언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폭풍 매도세 영향으로 0.77% 하락했다. 마지막날인 지난 31일에야 외국인 자금이 모처럼 유입되면서 1.75% 상승하며 낙폭을 만회했다.

    당분간 강력한 모멘텀이 부재한 만큼 이달 코스피는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전고점 돌파는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이달 코스피 예상밴드는 2950~3370선이다. KB증권 3050~3370, 삼성증권·NH투자증권 3000~3300, 키움증권 3100~3300, 신한금융투자 3050~3250, 한국투자증권 3000~3260, 부국증권 2950~3250 등을 제시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8월에 이어 9월도 매크로 측면서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고조된 영향을 받아 갈지(之)자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 "지수가 반등하기 위해선 위축된 투자심리가 회복돼야 하는데 당장 빠른 심리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워보인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증시 변동성을 키웠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그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삼성전자 주가와 환율 추이에 따른 외국인 수급이 변수로 거론된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7만원 중후반대를 횡보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만 삼성전자를 6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20일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1180원까지 오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돼야 외국인의 매도세도 진정돼 국내 증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량 매도로 인해 원화 약세가 촉발됐고, 이는 다시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연준의 비둘기적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잭슨홀 미팅 이후 환율은 안정화되는 추세다.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진데다 최근 짧은 기간 환율이 급등했던 만큼 달러화는 당분간 하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 약세로 인해 지난 31일 모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증시에 유입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8월11일 이후 13거래일 만에 1150원대로 내려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중심의 코스피 급락, 원·달러 환율의 급등, 외국인 대량 매도는 다소 과도할 정도의 쏠림 현상이 전개됐다"면서 "그동안 코스피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왔던 대내외 불확실성 유입-원화 약세-외국인 매도 간의 악순환의 고리가 정반대의 선순환 고리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외국인 이탈 가능성으로 인해 9월 3000선 밑 하락을 점치지기도 한다.

    이 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테이퍼링 공식화 대기와 중국의 규제 도입 가능성에 따른 신흥시장 자금 이탈 등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미국 통화정책과 중국 공산당 노선 등 단기 이벤트보다는 중장기적 성격을 띠는 만큼 단기적인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전 고점 레벨까지 상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선 여러 대내외 변수가 혼재한 만큼 개별 모멘텀에 집중한 방어적 관점으로 시장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성장주와 가치주 투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김대준 연구원은 "연준의 테이퍼링 계획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중국의 경기 정상화와 동남아발 공급 불안 해소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계속 주목할 업종으로는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등이 포함된 성장주로 판단했다. 국내외 금리 상승세가 확인되지만 올 3월 수준을 회복할 정도로 강하지 않아 경기순환주에 대한 투자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이퍼링에 대한 지연 가능성으로 추가적인 시장 금리 상승이 제한돼 단기적으로 성장주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9월 말 미국 인프라 투자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채무 한도 협상이 끝나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돌아올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