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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기업 공약 판치는데… 경제단체들 '무기력'

부동산·복지 공약 남발친기업 아젠다 실종숱한 규제법 앞에 번번이 좌절… "새 정부 달라져야"

입력 2021-09-20 06:00 | 수정 2021-09-20 06:00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권후보들이 앞다퉈 경제공약을 발표하는 가운데 경제계 목소리를 대변할 경제단체들의 무력감이 깊어지고 있다. 유력 후보들에게 기업규제를 풀어나갈 정책제안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권 유력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9160원으로 정해진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지금보다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41.6%나 오른 최저임금이 이 지사가 당선되면 더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부임한 이후 도가 정하는 생활임금은 빠르게 올라 내년 1만1141원까지 치솟았다. 생활임금은 근로자가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을 말하며 각종 도내 정책에 활용된다.

이 외에도 이 지사의 공약에는 공정경쟁 규제 강화, 을(乙)에 대한 단체결성 및 협상권 부여,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반기업적 정책이 다수 담겨있다.

기업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아직 이렇다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윤석열, 홍준표 등 야권후보들도 저마다 주택공약, 소상공인 대책, 복지정책 등에 집중하며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소홀한 모습이다. 한 유력 대권주자 캠프 관계자는 "성난 부동산 민심과 청년 일자리 대책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수의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기업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 경제계 5개 단체장들과 기념촬영하는 김부겸 총리ⓒ이종현 사진기자

이같은 상황에서 대한상의, 전경련, 경총 등 주요 경제단체들의 행보가 발빨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 주자들의 경제공약이 완성되기 전에 친기업적 정책 아젠다를 띄워야 한다는 얘기다. 또다른 대권캠프 관계자는 "공직자들이 물밑으로 정책제안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아직 경제단체에서 찾아온 적은 없다"며 "난립한 후보가 어느정도 정리되면 주요 경제단체에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수많은 기업규제법을 쏟아낸 이번 정부 내내 경제단체들의 행보가 무기력했다는 비판은 계속 나왔다. 주52시간제 시행, 최저임금 인상, 기업규제3법, 중대재해법 등 핵심현안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여권의 압도적인 의석수에 밀렸다는 변명도 있지만, 우호적인 여론을 분출시키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는 단계에서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터지면서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는데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며 "탄소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것도 기업들의 운신의 폭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경제단체간 유기적인 협조가 미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단체간 불화는 올해 초 불거진 경총과 전경련의 흡수통합론이 결정적이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급격히 쪼그라든 전경련이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자 터진 갈등이다. 탈퇴한 4대 그룹의 복귀를 기대했던 전경련은 최태원 SK회장의 상의행(行)으로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시장경제 질서에 발맞춰 경제단체들의 합종연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날이 갈수록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기업들이 개별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하나의 규제는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치며 해당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순식간에 시장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현행 경제단체 구조로는 단일대오를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할 아젠다를 생산하는 연합단체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안종현 기자 aj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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