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 전 과정 통합, 국내 유일 사업자 목표국내 LNG-LPG 인프라 활용 가능… 투자, 생산 효율성 제고JV 설립-지분확보 등 공격 투자 통한 기술 역량 확보 박차
  • ▲ SK와 SK E&S가 지분 투자를 단행한 미국 플러그파워의 수소 저장 탱크. ⓒSK
    ▲ SK와 SK E&S가 지분 투자를 단행한 미국 플러그파워의 수소 저장 탱크. ⓒSK
    SK그룹은 2025년까지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국내 유일 사업자로서 위상을 갖추겠다는 게 목표다.

    올 들어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해 신호탄을 쏘아 올린 후 지난 1월 미국 수소 사업자 플러그파워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고, 3월에는 18조원 이상을 수소 생태계 조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들어 사업도 더욱 윤곽을 갖추고 있다. 9월 공식 출범한 수소 관련 민간기업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의 공동의장사로 참여했고, 정부와 함께 친환경 수소 항만 조성에도 나서기로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국내 대기업 계열 중 가장 적극적인 수소 관련 투자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수소 생산·액화·발전 등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이며 수소 생산방식별 단계적 대응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관련 계열사 역량을 집중시키며 사업 구조를 구축해오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에너지 관련 회사인 SK E&S,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SK이노베이션 등 관계사 전문 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전담 조직 '수소 사업 추진단'을 새롭게 꾸리면서 사업 실행에 착수한 바 있다.

    SK그룹은 수소의 생산,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유·석유화학 사업을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영위하고 있다.

    SK E&S는 천연가스 광구를 보유한 가운데 대규모 LNG 직도입, LNG 터미널 및 다수의 LNG 발전소 보유 등 천연가스 사업 전반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어 수소 관련 사업과 사업 연관성이 높다.

    SK가스는 국내 최대 LPG 수입판매기업으로 전국에 500여개의 LPG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건설 중인 LNG 터미널의 냉열을 액화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한편, LNG·LPG 복합화력발전소에 수소혼소발전을 계획하는 등 수소경제의 주요 단계에서 사업 인프라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에 따라 그룹 내 수소 관련 투자는 SK E&S와 SK가스를 중심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일부 지분투자에 SK㈜가 참여하고 있는 양상이다.

    SK E&S를 통해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SK가스를 통해 2조원 규모의 수소복합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수소의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수소 사업을 차세대 주력 에너지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SK E&S는 1단계로 2023년까지 SK인천석유화학 단지 내 연 3만t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신축하고, SK인천석유화학의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액화수소로 가공, 수도권 지역에 유통할 예정이다.

    1단계 사업의 경우 인천시의 자립형 수소 도시 조성 사업과도 연계돼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 등 안정적인 사업 진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단계로는 2025년까지 보령 LNG 터미널(SK E&S, GS에너지 지분 각 50%) 인근에 CO₂ 포집 기술을 적용해 연 25만t의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충전소 100곳을 운영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가스는 기존 주요 사업장인 울산에 2025년까지 수소 복합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2030년까지는 전국에 약 100개소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울산 LNG 터미널 신축(~2024년) △롯데케미칼과의 수소 합작사 설립(~2021년) △LNG·LPG 복합발전소 건설(~2024년) △수소 설비·연료전지 발전소·액화수소플랜트 건설(~2025년)의 단계적인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 ▲ SK그룹 계열사별 수소사업 현황. ⓒ한국신용평가
    ▲ SK그룹 계열사별 수소사업 현황. ⓒ한국신용평가
    무엇보다 국내 LNG·LPG 인프라를 수소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및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 확보가 가능하다.

    인천과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거점으로 원료 조달 및 생산, 인근 발전단지로 공급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SK E&S와 SK가스는 LNG·LPG의 해외 도입 및 국내 유통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추출 수소 생산을 위한 안정적인 원재료 조달처 확보가 쉽다.

    이외에 ▲액화수소플랜트에서 LNG 터미널의 냉열 사용 ▲LNG·LPG 복합발전소에서의 수소혼소발전 ▲LPG 충전소 부지 내 수소충전소 구축 등 수소 저장·활용 분야에서도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총 28만t의 수소를 생산·공급하면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SK그룹 측은 설명했다. SK는 장기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사업에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내재화가 부족한 분야는 수소기술 선두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첫 투자처로 글로벌 수소 기업을 택하고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1월 SK와 SK E&S는 미국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는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원을 출자해 공동 투자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7년 설립된 플러그파워는 차량용 연료전지 PEMFC(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 수전해(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 설비인 전해주, 액화수소플랜트 및 수소충전소 건설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했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지게차와 트럭 등 수소 기반 모빌리티 사업 역량을 보유해 아마존과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기업에 수소 지게차도 공급한다.

    최근에는 미국 전역에 구축된 수소충전소 네트워크를 활용, 중대형 트럭시장에도 진출했다. 드론, 항공기, 발전용 등으로 수소 연료전지의 활용을 다각화하고 있고 유럽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플러그파워는 하반기 미국 뉴욕주에 연간 1.5GW 규모의 연료전지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연료전지 및 수전해 설비의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는 청록수소 대량생산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Monolith)에도 투자하면서 이사회 의석을 확보했다. 청록수소는 메탄(CH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 반응기에 주입해 수소(H₂)와 고체 탄소(C)로 분해해서 생산되는 수소다.

    이러한 지분투자 및 협업을 통해 기술 내재화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소에너지와 에너지솔루션 등 그린에너지 선도기업 리더들과 만나며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린에너지 산업 육성과 투자를 향한 적극적인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탄소중립 및 넷제로 조기 달성을 독려하고 SK 관계사들의 RE100 가입을 주도한 것은 ESG경영이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에너지 혁신기업 CEO들을 잇달아 만난 것도 ESG경영의 깊이와 속도를 높여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