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생산능력 확보 등에 4.4조 투자 계획기존 부생수소 생산-CCU 기술 바탕 밸류체인 구축 목표그린 암모니아 열분해 등 롯데정밀화학 인프라도 적극 활용
  • ▲ CCUS 제어실(좌)과 전처리 및 분리 실증 설비. ⓒ롯데케미칼
    ▲ CCUS 제어실(좌)과 전처리 및 분리 실증 설비. ⓒ롯데케미칼
    롯데그룹이 수소 산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ESG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사업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2조원, 2030년까지 누적 4조4000억원의 투자를 통해 수소의 생산, 운송, 활용 등 전 부문에 진출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의 중기적인 투자계획은 블루수소 생산능력 확보, 50개 충전소 구축, 10만개의 수소탱크 양산 등을 골자로 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민간협의체 발족에 참여했다. 국내 10대 그룹을 포함해 15개 회원사로 구성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는 롯데그룹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등이 참가했다.

    한국판 '수소위원회'라고 부를 수 있는 이번 협의체는 수소 공급망 구축과 차세대 수소 핵심 기술 확보에 힘을 모은다. 정부에 수소 관련 정책 제안도 할 예정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을 선언했고, 수소는 이를 위한 핵심 에너지원"이라며 "부생수소 생산 등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소탱크,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 및 그린 암모니아 열분해 등의 기술에서도 보유한 역량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수소 전략을 이끌 주체는 롯데케미칼이다. 그린 기반의 ESG경영을 선포한 롯데케미칼은 2030년 수소 사업에서 매출액 3조원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롯데케미칼은 기존 화학 공정에서의 부생수소 생산과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블루수소의 생산·유통·활용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4조4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약 3조원의 매출 가운데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대산, 여수, 울산공장 등의 화학 공정에서 연 3만t가량의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1년 4월에는 국내 최초로 기체 분리막을 적용한 CCU 실증설비를 구축했다.

    이를 활용해 2025년까지 16만t의 블루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며 2030년까지는 그린수소 44만t의 생산능력을 구축, 총 60만t의 저탄소 수소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운송(고압 수소저장 용기, 액화수소 생산 등) 및 활용(수소충전소 구축 및 연료전지 발전)과 관련, SK가스 및 프랑스 Air Liquide와의 조인트벤처(JV) 설립이나 협업을 통해 기술고도화와 관련 설비 구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운송 부문에서는 충전소 확보를 위해 SK가스와 JV를 설립해 2025년까지 액화수소 충전소 50개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는 복합충전소를 2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충전소는 롯데그룹 물류센터 및 부지 등을 활용해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SK가스와의 JV를 통해 2024년까지 60㎿의 연료전지 발전 가동, 2025년까지 112㎿ 수소 터빈발전 가동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에 수소저장용 고압 탱크를 개발해 2025년 10만개의 수소탱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50만개의 탱크를 생산, 수소 승용차 및 상용차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며 CCUS 기술, 암모니아 열분해 기술 등의 개발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이 기존 석유화학 부문의 규모의 경제와 원재료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수소·친환경 등 신규 성장동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투자 매력도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 롯데그룹 계열사별 수소사업 영위 현황. ⓒ한국신용평가
    ▲ 롯데그룹 계열사별 수소사업 영위 현황. ⓒ한국신용평가
    이와 함께 롯데정밀화학의 암모니아 유통 인프라를 그린수소에 활용할 예정이다. 암모니아(NH₃)는 질소와 수소가 결합한 상태로 수소 대비 높은 온도에서 액화가 가능하고 이에 따른 대규모 운송 및 저장이 쉬워 최근 수소의 운반수단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조선업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암모니아 연료 선박을 개발 중으로, 향후 암모니아 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롯데정밀화학은 5월 △한국조선해양(암모니아 추진선 및 벙커링 선박 개발) △한국선급(선박 인증) △HMM과 롯데글로벌로지스(선박 운영) △포스코(해외 그린 암모니아 생산) 등과 암모니아 공급체인 내 상호협력을 도모하는 컨소시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최대 암모니아 수입·유통업체로, 국내 유통 및 저장 인프라(93만t)를 확보하고 있다. 중동, 미주 등에서 들여오는 암모니아를 저장 탱크에 저온 저장한 뒤 인근 수요처에 지하 배관을 통해 대량 공급하는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러한 롯데정밀화학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암모니아 열분해·전기분해 기술 개발을 통해 2040년까지 연 40만t 이상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정밀화학이 해외에서 그린 암모니아를 수입하고, 이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해 국내에 유통할 것"이라며 "롯데정밀화학이 국내 암모니아 유통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기존 탱크와 파이프 등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2018년 이후 2020년 상반기까지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대산공장 화재 등으로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바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요 확대에 힘입어 영업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삼성계열 석유화학 부문 인수(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 미국 ECC 생산법인 투자 등 대규모 투자 활동이 이어졌으나, 자체 현금창출력 회복과 일부 지분 매각 등으로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수소 관련 투자 외에도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여수 NCC 증설 등 연간 투자계획을 보유하고 있으나, 연결 기준 연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이익창출력과 최근의 우수한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2030년까지 4조4000억원에 이르는 수소 관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확대는 우려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