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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당시 '제일모직 시총 20조'… "시세조정 불가능"

자사주 매입, 공시 통해 시장도 인지… "영향 제한적""제일모직 주가 감안시 10주, 100주 단위 주문 일반적"주식시장 안정 위한 수단… "인위적인 시세조정 어려워"

입력 2021-10-28 21:39 | 수정 2021-10-29 08:45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진술이 나왔다. 시총 20조원에 달하는 제일모직 주가를 4400억원 상당의 자금으로 관리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쉬운 일이 아닌데다, 자사주 매입 방식 역시 통상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 업무를 담당했던 삼성증권 직원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삼성물산 합병 무렵 제일모직이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던 기간 중 삼성증권이 고가매수 주문을 제출해 주가하락을 인위적으로 막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합병안이 통과된 지난 2015년 7월 17일 이후 내리막 길을 걸었다. 이에 제일모직은 7월 23일 자사주 250만주를 440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매입 기간은 7월 24일부터 10월 23일까지로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고가매수, 단주 주문 등이 이뤄졌다며 시세 조종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단주주문이란 10주 이하의 소규모 주문을 반복적으로 진행해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검찰은 이날 당시 매매 거래 내역을 증거로 제시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씨는 자기주식 매입은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다른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여기에 시가총액이 20조원대를 넘나들고 주주 수가 5만명에 육박하는 제일모직의 경우 자기주식 4400억원 어치를 매입하는 것으로 주가에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사주 매입의 경우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사실상 인위적인 시세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다. 

김 씨는 "자사주 매입 자체가 시장에서는 상승보다는 주가 방어를 위한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의 기본 요건은 주가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적다"고 말했다. 

또 "제일모직의 주가가 17만원이고 시총도 20조원 규모의 대형주로 자사주 매입만으로 시장의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며 "10주, 100주, 1000주를 나눠서 매수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며 10주에서 100주 정도를 주문하는건 당시 17만원 가량이었던 제일모직 호가를 볼 때 가장 일반적인 주문 수량"이라고 했다. 

이어 "1000원대 주식이라면 저게 가능하겠지만 제일모직 주가대로면 수십억이 필요하다"며 "시총을 생각하면 저런 식의 접근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시세조정성 단주주문과 관련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제시하며 불특정 다수의 투자가가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오인을 시켜야 시세조정이라 할 수 있다며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씨는 "증인이 자사주 매입을 하면서 매도 1호가 매물을 사들인 외에 호가를 점차적으로 상승 시키면서 매수 주문을 넣은적 있나"라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또한 김 씨는 매수 및 매도 주문을 번갈아 넣거나 시초가를 높게 형성하기 위해 고가 매수주문 넣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변호인다은 단순 매수 패턴만으로는 시세 조정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당시 자사주 매수 및 매도 가격은 다른 시장 참여자들과 단가에서 큰 차이가 없고 시장의 흐름대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는 다른 위탁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같은 매매 패턴을 보였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김씨는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은 공시가 이뤄진 만큼 시장에서도 인지가 가능했던 부분"이라며 "호재로 인지될 순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으로 수반되는 주가안정효과가 인위적인 시세조정이라고 본적 없다"며 "매수 1호가와 매도 1호가를 오가며 주식 주문을 넣는 것은 일반적으로 행위로 시세 조정이라고 볼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다.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불경기 지속과 해외프로젝트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순환출자 등 규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는 주장이다.
조재범 기자 jbcho@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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