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스피 3.20% 하락·S&P 6.91% 상승…디커플링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외국인 투자자 신흥국 투심 위축되며 국내증시 자금 유출 심화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업계 숙원…정부·정치권 재추진에 시장 기대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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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의 신흥국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최근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까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는 3.20% 하락한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91% 상승했다. 대표 지수 간 차이는 10.11%포인트로, 이는 월간 기준 지난 2010년대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전 최대는 2011년 2월에 기록한 9.50%포인트였다.지난달 코스피는 6개월 만에 3000선을 밑돈 이후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S&P500지수는 4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면서 디커플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뉴욕 증시와 상반된 국내증시 행보에 동학개미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서학개미 순매수 순위 상위에 꾸준히 올랐던 테슬라의 주가는 최근 연일 급등하며 올해 초 대비 65% 넘게 상승했다. 반면 동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4% 가까이 하락했다.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백신 보급률 차이에서 비롯된 신흥국과 선진국 간 경기 회복 불균형, 공급대란과 긴축 리스크 등이 거론된다.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신흥국에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라는 위험이 더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5월부터 이후 4개월 연속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9월엔 1조원을 순매수하며 5개월 만에 국내 증시에 복귀 신호탄을 쐈지만 지난달 외국인은 다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6000억원어치 주식을 내던졌다.3일 기준 오전 9시35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000억원대 순매도하면서 3000선을 회복한 지 하루 만에 다시 그 밑을 맴돌고 있다.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변화가 빨라지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중심으로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은 아직까지 미국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정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재추진…외국인 돌아올까 기대감↑이 가운데 정부와 여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에 힘을 실어주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자금 수급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다시 증권가의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영국 런던 코린시아 호텔에서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한국경제설명회(IR)를 열고 "한국이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홍 부총리 발언 이후 3231억원 순매수하면서 모처럼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이날 MSCI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 들어 유난히 한국증시가 외면받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해외에서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레벨업하기 위해서는 7년째 제자리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MSCI는 국가별로 주식시장의 발전 단계에 따라 선진시장(DM), 신흥시장(EM), 프런티어시장(FM)으로 나눈다. 한국은 중국·인도 등 27개국과 신흥국 지수(MSCI EM)에 포함된다.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면 EAFE(미국·캐나다 제외한 선진국 내 중·대형주) 지수·동아시아 지수·태평양 지수·세계 지수 등을 추종하던 자금이 들어오게 된다.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편입 시 한국 증시에 17조8000억~61조1000억원에 이르는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주가지수를 8%에서 많게는 27.5%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한국 증권업계의 오랜 숙원이다.다만 지수 편입이 말처럼 쉽진 않다. 지난 2014년부터 선진국지수 편입을 노려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MSCI는 한국 정부에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원화의 역외거래 허용과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폐지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에선 외환시장 안정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시장에선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자본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평가한다.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원인으로 MSCI 선진국 편입 실패를 지목하기도 한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지수에 편입돼 글로벌 자금이 많이 들어오면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한결 원활해지고, 증시 안전성이 높아진다"면서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간 심화되는 디커플링 현상에 개인 투자자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이대로면 국내 투자자들까지도 국내장 대신 미국 등 해외증시로 투자자들의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