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집행부, L교수 '자격정지 처분' 없었던 일로임시평의원회까지 열어 놓고 징계 투표 취소하고 차기 이사장 임명 결정복지부-식약처에 보낸 질의서에는 "사안의 중대성" 언급...'뒷말'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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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이하 소화기내시경학회) 집행부가 '대웅'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계열사인 '대웅제약'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은 한양의대 소속 L교수를 징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돌연 입장을 바꿔 차기 이사장으로 임명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특히 집행부가 정부 당국에 보낸 질의서 등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언급하며 자체 징계 방침을 밝히고 L교수 징계안 처리를 위한 임시평의원회까지 열었지만 정작 투표도 실시하지 않은 채 징계안을 철회해 학회 안팎은 물론 의료계에서 배경을 둘러싼 뒷말이 나오고 있다.19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소화기내시경학회 윤리법제위원회는 L교수 논란이 빚어지자 징계 처리를 두고 의견을 모아 8명 중 7명이 징계안에 찬성했다. 집행부 대다수가 L교수의 행위를 두고 이해상충 부분이 인정되고 연구윤리를 훼손해 학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한 것이다.학회와 재단 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주무 관청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L교수의 행위가 사안이 중대하고 심각한 명예 실추와 이해상충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실제 본보가 입수한 재단 측의 질의서를 보면 "L교수가 대웅의 사외이사면서 종속 회사인 대웅제약에서 신약 허가 임상 연구의 시험 책임자를 맡아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연구 윤리를 위반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재단 정관 제22조(임원의 해임) ‘법인의 명예를 훼손한 때에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는 조항에 부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식약처에 보낸 질의서에서도 "L교수는 대웅제약의 신약 허가 임상연구 6개의 시험 책임자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공익 제보가 재단에 접수된 바 있다"면서 "관련 이사회를 열고 사안의 중대성을 논의한 끝에 임원의 해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재단은 식약처에 허가임상연구 시험 책임자로서의 적법성, 연구윤리 위반 여부, 이해상충 위반 여부, L교수가 책임자로 수행한 허가임상연구결과에 대한 신뢰성 등을 심의해 달라고 요청했다.이에 대해 대웅과 L교수 측은 "일련의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임상이 진행됐고 임상 비용 또한 L교수 개인이 아닌 L교수 소속 기관에 지불됐다. 이달 초 대웅 사외이사직을 내려놨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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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투표 돌연 취소하고 이사장 임명 결정...배경 두고 뒷말 무성소화기내시경학회 측은 L교수를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한 상태로 다음 주부터 이사장 임기가 시작된다.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L교수를 무리하게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키로 한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해당 사안을 '내 얼굴에 침뱉기'로 보고 내부적으로 봉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한 의료계 관계자는 "징계를 하기로 했다 갑자기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것은 문제를 확대해봐야 득 볼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겠느냐"며 "해당 학회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소속 회원의 윤리적인 문제를 애써 외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또 다른 관계자도 "만일 징계안이 투표에서 부결돼 L교수가 차기 이사장으로 임명될 경우 추후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 나서서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의료계의 전체적인 발전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이런 사례일수록 의사 사회가 나서 끝까지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헀다.한편 L교수는 19일 소화기내시경학회 책자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