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FOMC, 1월부터 300억달러씩 자산매입 축소…속도 2배로내년 금리인상 최소 3회 시사…인플레 압박에 '매파'로 선회전문가들 "불가피한 측면…원화약세 등 주변국엔 부정적 영향"한미통화스와프 이달말 종료…"환율 오를 때 안정장치 없어"
  • ▲ 미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연합뉴스
    ▲ 미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악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에 긴축의 고삐를 당기기로 했다. 한달만에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규모를 300억달러로 2배나 키우면서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를 위한 급가속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우리경제에 환율인상이나 외자유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15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수요공급 불균형이 인플레이션 수준을 높이고 있다"며 "테이퍼링 속도를 2배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노동 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며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매입(축소) 속도는 조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이후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MBS를 사들여왔다. 테이퍼링은 돈줄을 조이고 사들였던 채권 등을 되팔아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는 조치다.

    연준은 지난달초 열린 FOMC후에 11월부터 순자산 매입 규모를 매달 150억 달러(국채 100억 달러·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씩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자산매입이 내년 7월쯤 끝날거라고 했다.

    FOMC가 한달만에 테이퍼링 규모를 300억 달러로 늘리고 자산매입 종료시점도 내년 3월쯤으로 4개월쯤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미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행한 양적완화카드를 예상보다 빨리 거둬들이려는 것은 근래 40년간 최악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연준은 이번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상황과 관련해 '일시적(transitory)'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연준은 그동안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코로나 극복 국면에서 수요 병목 현상에 따라 나타나는 일시적 문제라는 견해를 보여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에 대해 연준 안팎에선 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연준 내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0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목표치를 넘어서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이 넘어서면 안 된다"며 테이퍼링 조기 착수를 주장했다. 당시 불러드 연은 총재는 테이퍼링 종료 시점으로 내년 3월을 제시했었다. 연준의 이번 테이퍼링 가속페달로 연준 내 매파 목소리가 커졌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치가 연준이 올해 내놓은 정책 중 가장 매파적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는 0.00~0.25%로 동결했다. 하지만 내년에 적어도 3차례 인상을 예고했다. 연준은 "물가인상률이 2%를 넘고 노동 시장이 완전 고용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따로 공개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 지표)를 보면 FOMC 위원 18명 중 10명이 내년 0.88~1.12% 수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5명은 0.63~0.87%를 전망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보다 다소 가파른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이르면 내년 3월께 금리 인상을 점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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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연합뉴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긴축 급가속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물가상승세를 볼때 금리인상이나 테이퍼링 가속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지금 안하거나 늦추면 나중에 더 급히 할수밖에 없어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성 교수는 "(미국발 금리 인상이) 주변국에는 지속적인 금리인상 등 불가피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내 수익률이 높아지면 우리는 원화 약세가 진행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니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으나 (미국과 세계)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할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을 것 같다"며 "미 정부는 계속 돈을 풀려고 하는 상황이어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면 우리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 당국으로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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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연합뉴스
    설상가상 한국은행은 16일 미 연준과 맺은 한시적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된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통화스와프 계약이 끝나도 최근의 금융·외환시장을 고려할 때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견해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빨라진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예고가 국내 외환시장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연장이나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만 해도 환율이 1300원대까지 올랐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는 1600원까지 치솟았다"면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최소 3차례 올리면 신흥개발국의 투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고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주가는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가 둘 다 없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앞으로 주요국 경기·물가 상황 변화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