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경영지원본부장 내정자, 상습 갑질 논란에 직원 반발 커져노조 천막농성 돌입·직원 잇따른 비판 게시글에도 인사 강행 의지 "쇄신·소통 약속 손 이사장도 과거 문법 답습 인사" 비판 고조
  • 한국거래소가 부하직원에 대한 상습 갑질 논란이 있는 인사를 부이사장에 낙점한 것으로 전해지자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소통 강화를 내세운 손병두 이사장에게 변화와 쇄신을 기대했던 직원들의 실망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21일 한국거래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거래소는 등기임원인 경영지원본부장 후임에 현 집행간부인 A청산결제본부장(전무)을 최근 사실상 내정했다.

    문제는 A본부장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다. 노조에 따르면 A본부장은 과거 여성 직원에 대한 성차별·성비하 발언 구설과 부하 직원 괴롭힘, 충성 강요, 휴가 통제 등을 일삼아왔다. 노조는 A본부장 내정 소식에 반발해 지난 16일부터 서울 여의도 거래소 로비에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인선이 알려지자 직원들의 반대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비판과 성토의 글과 댓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거래소 시니어급 한 직원은 "팀장·부장 시절을 포함해 A본부장에게 상처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여성은 물론 남성 직원들까지 눈에 불을 켜고 이번 인사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사내 워스트·베스트 상사 투표하면 매년 1·2위를 차지하던 인물이 승승장구해 전무까지 오른 것도 문제인데 2인자 자리에 올라간단 사실은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동안 이사장·본부장 인사철마다 정부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있었지만 여느 때보다도 비토 정서가 크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거래소 주니어급 한 직원은 "과거엔 본부장 후보들이 누구며 어떤 절차에 있는지 등 세부적으로 아는 직원도 많지 않았고, 낙하산 인사가 온다고 해도 무기력함 속에 대체로 무관심했다"면서 "반면 이번 본부장 인선은 상당 기간 전부터 직원들에게 알려졌는데, 이는 A본부장 인선에 대한 문제 의식이 상당하는 걸 방증한다"고 전했다. 

    A본부장을 후보에 올린 손병두 이사장을 향해선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서 자리를 옮겨 지난해 12월 거래소에 부임한 손 이사장은 그간 소통을 강조하면서 직원 스킨십 강화에 힘써왔다. 눈에 보이는 업적 쌓기에 집중하기보단 거래소 조직 문화 등에 무게를 두며 내적 쇄신을 과제로 삼았다.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이번 인사와 관련해 더욱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손 이사장이 연초 사내 게시판에 남긴 정기인사 후일담을 기억하는 직원들에겐 실망이 더더욱 크다. 손 이사장은 연말 정기인사 직후 1년 뒤 정기인사를 기대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게재한 바 있다.

    또 다른 거래소 직원은 "부임 직후 정기인사는 사실상 신임 이사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 없기에 이사장의 올 연말 첫 인사를 통해 새롭게 거듭날 거래소를 기대한 직원이 많았다"면서 "그렇게 약속했던 이사장의 뜻이 담긴 이번 본부장 인사는 그동안의 과거 이사장들의 문법과 같다"고 비판했다. 

    거래소 측은 A본부장이 그동안 임원 평가에서 좋은 실적을 쌓아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과 측면에선 나무랄 데 없는 인사라는 것이다. A본부장에 대한 내부 평판을 익히 알고 있는 손 이사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때문이라는 전언이다. 

    그러나 노조는 "휴가 통제와 근무 시간 전후 초과 근무 강요로 부하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최대한 뽑아내 얻은 결과물을 자신의 성과로 포장했다"면서 "기획부장 시절 전사에 일 잘하는 과장급 직원들을 대거 불러들여 실적을 달성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거래소 직원은 "부하 직원들을 쥐어짜 성과를 낸 과정에 대한 평가 없이 결론만을 중시한 성과주의가 과연 직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대안이 없다면 외부 낙하산 인사가 차라리 낫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