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고등법원서 채무부존재 확인 항소심2019년부터 트래픽 관련 망 사용료 지급 법적 갈등SKB "의무 지급해야" vs 넷플릭스 "트래픽 줄일 수 있어"정부·국회·업계, 망 사용료 지급 한 목소리... 법정 결과 협상 기준점 전망
  •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법적 분쟁 2라운드에 들어간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제공사업자(ISP) 간 세기의 재판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이날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등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6월 채무부존재 확인 1심에서 승소했지만, 넷플릭스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열리게 됐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트래픽과 관련해 망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갈등을 빚었다. 2019년 당시 넷플릭스의 전체 트래픽은 4.8%로, 네이버(1.8%), 카카오(1.4%), 웨이브(1.2%)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 달라며 재정 신청을 냈고, 이듬해 넷플릭스가 중재를 거부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각하했다. 즉, 넷플릭스가 요구한 망 사용료 제공 의무 확인 여부를 기각하며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ND)인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를 설치해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여왔다고 주장한다. OCA는 넷플릭스가 서비스 국가에 설치하는 일종의 캐시서버로, 이를 통해 ISP 트래픽을 최소 95% 줄여왔다는 설명이다. 또한 소비자가 이미 ISP에 지불한 비용을 CP에 부담하는 것이 이중청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항소심에서도 OCA 기술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페이스북,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타 사업자들은 CDN 사업자를 통해 망 사용료를 간접 납부하고 있어 논리를 뒤집기에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OCA가 CDN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지급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넷플릭스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이원욱 의원,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각각 망 사용료 의무를 골자로 한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넷플릭스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 분위기가 항소심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본다. 무엇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기본 원칙이 재정립, 글로벌 CP와 국내 ISP의 협상의 기준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국내에 상륙한 디즈니플러스 역시 국내 통신사업자(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이 연기된 것도 망 사용료 분쟁을 매듭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이번 판결 결과가 글로벌 CP와 국내 ISP 업체에 중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