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튼 M&A에 선진 금융방식 활용'22년 1분기부터 글로벌 경영 본격 돌입빠른 의사결정-검증된 경영능력으로 M&A 역량 각인
  • ▲ 크레이튼 SBC 생산공장. ⓒDL케미칼
    ▲ 크레이튼 SBC 생산공장. ⓒDL케미칼
    DL케미칼이 한국 기업의 글로벌 M&A 역사를 다시 썼다.

    27일 DL케미칼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미국 상장사를 차입매수(Leverage Buyout, LBO) 방식으로 인수한다.

    DL케미칼은 9월 인수를 확정한 미국 크레이튼(Kraton)社의 인수금융 확보를 위해 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5000만달러를 확보한 데 이어 20일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8억5000만달러 규모의 금융 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DL케미칼은 인수 발표 두 달 반 만에 자체 보유한 현금을 포함, 3조원의 인수자금을 모두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인수 작업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LBO를 활용한 DL케미칼의 M&A 전략이다. 국내 회사가 미국 상장사 인수에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M&A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자금과 국내 금융시장을 전략적으로 결합해 초단기에 금융 조달을 마무리한 새로운 방식은 향후 국내 기업의 M&A 지도를 미국 등 해외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묘수라는 평가다.

    LBO는 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일으켜 100%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피인수 기업의 담보대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DL케미칼은 LBO 금융에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해 확보한 인수금융을 접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금융비용과 크레이튼의 부채비율까지 함께 낮춰 양사의 재무건전성 균형을 유지하는 선진 금융기법을 글로벌 M&A 시장에 최초로 선보였다.

    DL케미칼은 글로벌 금융의 빠른 확보를 위해 지난달 미국에서 수십여곳의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딜 로드쇼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주문을 받으면 성공적인 거래로 평가되나, 이 투자에는 네 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유리한 금융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 시너지를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카리플렉스 인수시 보여준 빠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미국 상장사 인수는 비밀유지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인 만큼 가장 난도가 높은 M&A 거래로 꼽힌다.

    실제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 상장사 딜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이번 딜 성공으로 DL케미칼은 지난해 카리플렉스에 이어 크레이튼 인수 성사라는 신뢰할만한 레퍼런스를 글로벌 금융시장에 구축할 수 있게 됐으며 향후 추가 M&A 추진을 위한 전략 폭도 넓히게 됐다.

    DL케미칼은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돌입하기 위해 인수 절차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최근 크레이튼은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DL케미칼의 자사 인수를 승인했다.

    남은 절차는 주요국 규제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다. 지난달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외 주요국 승인 절차는 2월 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한국 기업 최초의 미국 상장사 LBO 성공이라는 쾌거를 출범 첫해에 이루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DL의 M&A 역량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탄탄한 현금 창출 능력과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텍사스州 휴스턴에 본사를 둔 크레이튼은 8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이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13개의 생산공장과 5개의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폴리머 사업 주력 제품은 위생용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등에 사용되는 첨단 기술 소재인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나무 펄프 생산 과정의 부산물을 정제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최대 규모의 바이오 케미칼 회사로도 유명하다. 바이오 케미칼 생산능력은 연 70만t으로, 바이오 디젤과 같은 친환경 연료부터 고기능성 타이어 재료, 친환경 접착제 등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