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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이 GA(법인보험대리점)처럼 자동차보험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서 빼앗겼던 손실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부동산 리스업 관련 규제도 현실화될 경우 임대료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예고한 캐피탈사 관련 규제 완화가 어떤식으로 구체화되고,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신전문업계 CEO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고승범 위원장은 여신전문업계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필요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마이페이먼트와 마이데이터를 결합해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창출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마이데이터에 참여하는 캐피탈사에 대해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 허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 캐피탈사가 업무용 부동산 리스업으로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히 캐피탈사에 대한 당근 정책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들어 카드사들이 자동차할부금융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캐피탈사들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카드와 비씨카드를 제외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6개 카드사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지난해 9월말 기준 9조794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한 것으로, 그만큼 캐피탈사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의지는 캐피탈사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리서치 및 스터디를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기존에 안하던 신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 허용은 쉽게 말해 캐피탈사도 GA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자동차할부금융을 담당하는 현대캐피탈 입장에서는 자동차보험 판매를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신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할부 및 보험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자동차할부와 자동차보험을 연계한 새로운 고객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KB캐피탈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자동차금융을 주로 하고 있으며, 'KB차차차'는 중고차 플랫폼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중고차를 구매하면 보험을 가입해야 되는데 우리가 보험까지 같이 하게 되면 수익 창출은 물론 고객 입장에서도 편의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캐피탈사에 한해 주어지는 혜택이다. 캐피탈사 중에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한 곳은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 뿐이다. KB캐피탈은 지난달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했고, 현대캐피탈은 올 상반기 중에 참여할 계획이다.
부동산 리스업으로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도 의미있는 규제 완화로 평가된다.
여신전문금융감독업법 규정에 따르면 캐피탈사가 부동산 리스업을 하려면 자동차 리스를 제외한 자산이 총자산의 30%를 넘어야 한다.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을 포함한 대부분의 캐피탈사는 자동차 자산이 거의 대다수이어서 기존에는 사실상 부동산 리스업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고승범 위원장이 자기자본에 따라 부동산 리스업의 최대 한도를 정하는 걸로 검토를 언급한 것이다.
부동산 리스는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을 캐피탈사가 매입한 뒤 다시 임대해 주는 방식이다. 기업은 리스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캐피탈사는 임대료 수익을 얻게 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부동산 리스업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경기 하락 등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해 사업성을 검토해 봐야겠지만, 못하는 것과 안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 신사업을 하고 싶을때 할 수 있게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긍정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험업계는 캐피탈사가 보험대리점 업무에 진출할 경우 불완전 판매 및 보험료 인상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