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공정위, 'K-해운' 담합불법 낙인…해수부 "불법아냐" 반박

40년 관행 절차상 하자…"화주단체와 협의요건 흠결"지도·감독 해수부 자존심 생채기…'공정', '해운재건' 눌러'해운재건'에 찬물 우려…협회 "K-해운 이미지 심각한 타격"

입력 2022-01-18 13:36 | 수정 2022-01-18 14:26

▲ 부산신항.ⓒ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23개 해운사의 운임 공동행위를 두고 짬짜미(담합)라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과징금 액수가 8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긴 했으나 잘 나가던 'K-해운'에 '불법'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셈이 됐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 내각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공정'이 '해운 재건'을 눌렀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처 간 파워게임에서 해양수산부가 밀렸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18일 HMM(옛 현대상선) 등 국내 12개, 머스크 등 국외 11개 선사가 2003~2018년 15년간 총 541차례 회합을 통해 한국~동남아 노선의 운임을 부당하게 짬짜미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공정위는 업계가 해운법을 이유로 들어 업계 특성상 운임 공동행위가 허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58조의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제재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해운법 제29조에는 '해운사들은 운임·선박 배치, 화물 적재 등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데, 해수부 장관에 대한 신고와 화주단체와의 협의 요건에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과징금 규모는 애초 알려진 금액보다 대폭 줄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해운업계에 보낸 심사보고서에서 최대 8000억원 규모(전체 매출액의 10% 적용)의 과징금을 언급했다. 그러나 해수부와 해운업계로선 과징금보다 그동안의 관행이 '불법'이라는 공정당국의 판단에 치명타를 입은 상태다. 한국해운협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40년여간 해운법에 저촉되는지를 해수부에 물어보고 지도를 받아 (공동행위를) 해왔는데 이제 와서 그동안 해온 것들이 위법하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 수 있느냐"며 "과징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위법 결정이 나면) 행정소송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 문성혁 해수부 장관(왼쪽)-조성욱 공정위원장.ⓒ연합뉴스

해수부도 입장이 난감해졌다. 국회에서 '해운사의 운임 공동행위에 대해선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한 해운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내심 시정명령이나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선에서 공정위가 이웃부처의 면을 세워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감지됐으나 15년간 해운업계 지도·감독에 허점이 있었다며 공개적인 핀잔을 들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애초 공정위 발표 이후 '불법행위' 부분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자료를 내겠다는 태도였으나 자칫 부처 간 싸움 양상으로 비칠 수 있어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해수부는 비공식 창구를 통해 "이번 과징금 부과가 유감스럽고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의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공정위 판단과 배척되게 '불법'은 아니라는 견해다.

일각에선 공정위와 해수부의 부처 간 파워게임에서 해수부가 밀렸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두 부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타 부처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앞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몰이 과정에서 무너져내린 '공정'과 '해운 재건'을 대표적인 어젠다로 부각했고,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상조 전 청와대(BH) 정책실장과 3선의 김영춘 전 민주당 의원이 각각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과 해수부 장관으로 낙점되면서 소위 '힘 있는' 수장을 둔 부처로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두 부처는 수장이 바뀌고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다 이번에 부처 간 대결양상으로까지 번진 기싸움에서 조성욱 위원장이 내각 몇달 선배인 문성혁 장관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낸 셈이 됐다. 현 정부 들어 해수부 최대 성과로 꼽히는 해운 재건에 공정위 칼날이 '불법'이라는 주홍글씨를 아로새긴 것이다.

▲ HMM 오슬로호.ⓒHMM

법원의 1심 판결에 해당하는 이번 결정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한일·한중 노선에 대한 운임담합 여부도 조사해왔다. 이번 결정이 이들 노선에 대한 결정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두 노선을 합한 시장 규모는 동남아 노선을 웃도는 수준이다.

해운업계가 예고했던 대로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대표적인 성과로 꼽아온 'K-해운'의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공정위가) 불법 행위를 저질러왔다고 낙인을 찍어버리면 누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겠느냐"며 "(한국)해운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자동차

크리에이티비티

금융·산업

IT·과학

오피니언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