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작성 관여 전 회계법인 직원 증인 출석검찰 신문 당시 "삼성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증언일주일만에… "기억나지 않는다" 반복만변호인 "증인, 사실관계 혼동… 보고서 조작 주장 성립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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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증인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에 삼성이 개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증인이, 일주일 후 열린 공판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29차 공판을 진행했다.공판에는 전 딜로이트안진(안진) 회계법인 직원 오 모씨가 출석해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으로 진행됐다. 오 씨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보고서는 양사의 자문을 맡은 삼성증권이 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KPMG) 회계법인(삼정)에 합병비율(1:0.35)이 타당한지를 의뢰해 작성된 문서다. 검찰은 삼성증권·삼성물산이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등의 지시에 따라 안진 회계사를 압박해 삼성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주장이다.지난 13일 열린 28차 공판에 출석한 오 모씨는 검찰 주신문에서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제일모직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지난 2015년 5월21일 삼성물산 우모 부장에게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 내용에 대해 보고했지만 우 부장이 화를 냈고, 이후 5월22일 안진회계법인 정 부대표와 만나 상의를 한뒤 해당 보고서가 삼성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날 증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변호인단은 증인의 증언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사실관계를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오 씨는 '삼성물산 우모 부장 질책에 어쩔 수 없이 합병비율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냐'는 변호인 질문에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다. 오히려 2015년 5월 22일 이사회가 연기되기 전까지도 보고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오 씨는 진술했다.변호인단은 그의 진술이 기재된 조서를 제시하며 "21일까지 합병보고서 제출해야하는데 준비가 안됐고 22일 통화하고 준비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오 씨는 "그렇다"고 말했다.또한 변호인단은 오 씨가 정 부대표를 5월20일 만났는지, 5월22일 만났는지에 대해서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오 전 상무가 정 부대표를 5월 20일 만났다면 삼성물산 우 부장에게 합병비율검토보고서 내용에 대해 보고하기 이전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삼성측이 원하는 대로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한편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다.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불경기 지속과 해외프로젝트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순환출자 등 규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다.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졌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