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심사후 1위 업체 나왔지만…돌연 심사 중단사전 논의없이 '일방적 재심사' 결정 빈축일부 컨소, 가처분 신청…"심사 결과대로 가야"시의회 측도 조사특위 구성 움직임… "명백히 밝힐 것"
  • ▲ 안양 박달스마트밸리 위치도. ⓒ안양시
    ▲ 안양 박달스마트밸리 위치도. ⓒ안양시
    총사업비 1조원을 웃도는 경기 안양시 '서안양 친환경 융합 스마트밸리(박달 스마트밸리) 조성사업'이 사업자 재심사 결정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심사위원 자격 논란으로 공정성 시비가 일자 시행(대행)을 맡은 안양도시공사는 재심사로 선회했지만 오히려 재심사가 공정성 문제에 부딪혀 절차적 하자 논란까지 불을 붙였다는 비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재심사 사유에 대한 공사측의 뚜렷한 답이 없자 '특정업체와 지자체가 한 통속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박달 스마트밸리 조성사업은 안양시가 주관하고 안양도시공사가 시행을 대행하는  개발사업으로 만안구 박달동 일원 328만㎡에 첨단 산업, 주거, 문화시설 등 스마트 복합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안양도시공사와 민간사업자가 함께 설립한 PFV가 사업 부지내 국방부 탄약고와 사격장 등 기존의 대체시설을 건립해 이전·기부하고 기존 부지에 아파트 등을 개발하는 '기부대 양여사업'으로 진행되는데 총 사업비가 1조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업의 민간사업자 선정 공모는 당초 지난해 9월 진행됐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했던 '천화동인 4호'가 사명을 '엔에스제이홀딩스'로 바꾸고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공모를 취소하고 작년 10월 재공고했다.

    실제 법인등기부 등본 확인 결과 이 업체는 화천대유와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해 거액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등기부 등본상 사내이사로 천화동인4호 소유주인 남욱변호사와 같은 이름이 등재돼 있다. 또 인터넷상에 공개된 엔에스제이홀딩스 기업정보에는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의 가족과 화천대유 대표와 같은 이름의 인물이 사장 등 경영진으로 기재돼 있다.

    사업자 선정 공모에는 △GS건설(KB증권 컨소시엄) △대우건설(NH투자증권 컨소) △포스코건설(미래에셋증권 컨소) △DL건설(서안양 스마트밸리 케이에스디 프로젝트 컨소)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각기 다른 기업과 컨소를 이뤄 공모에 참여했다.

    문제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심사과정에서 발생했다. 11시간가량 걸린 심사가 마무리되고 결과 발표를 바로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도시공사 개발본부장이 심사위원 한명의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며 심사를 중단시켰다.

    공공기관에서 특정사업의 심사위원을 구성할때는 복수의 후보위원을 먼저 선발한뒤 심사 당일 추첨을 통해 실제 심사에 나설 위원을 선발한다. 특정업체와의 사전접촉을 차단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식이다. 

    공모에 참여한 한 컨소 관계자는 "심사 당일 심사위원 추첨에 참석한 민간사업자 관계자들이 최종 선정된 심사위원들의 자격에 대해 이의 없다는 확인을 한뒤 서명까지 했다. 본인이 밀었던 업체가 1등이 안됐으니 이의를 제기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누가, 언제, 어떻게 개발본부장에게 이의를 제기했는지 지속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와관련 도시공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사측은 "(심사위원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7일 결국 재심사 결정을 공고했다. 업체 밀어주기 의혹을 받은 개발본부장은 재심사 결정직후 사표를 냈다.
  • ▲ 박달 스마트밸리 공정성 논란 관련 기자회견. ⓒ성재용 기자
    ▲ 박달 스마트밸리 공정성 논란 관련 기자회견. ⓒ성재용 기자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공모에 참여한 한 컨소 관계자는 "심사위원 추첨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까지 이의가 없다는 서명을 완료했는데 뒤늦게 일부 컨소가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채점까지 다끝난 공모를 '올스톱' 시켰다"며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결국 공사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인데 문제가 없는데도 재심사를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며 "재심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근거에 따라 결론을 내린 건지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공모를 하게 되면 어떤 결론이 나든 이의제기가 있을 것"이라며 "공모지침을 명확히 따랐는데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진행된 것은 아닌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NH투자증권 컨소는 본사업 공모심사와 관련해 '재심사 집행금지 가처분 소송'과 '안양도시공사 본부장·사장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등'을 진행중이다.

    NH투자증권 컨소측은 "하자없이 진행된 공모심사위원회 개최, 심의위원장 선임, 사업계획서 평가 등의 심의과정, 이에 따른 심의 결과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중단하는 것은 공모지침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가위원들이 결정하고 사인한 평가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심사를 하겠다는 것은 공모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처분 소송 인용시 기존 심사 결과에 따른 최고 득점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기각시 절차를 갖춰 재심사를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만약 재심사가 진행된다면 모든 참여 컨소가 동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정성 제고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제가 커지자 안양시도 불 끄기에 나섰다. 안양시장은 실무협의체 구성 및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책회의 구성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안양시의회 국민의힘 교섭단체와 국민의힘 안양시 3개 당협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위의 전면 개편을 통한 불합리한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서의 변경 및 심사방법 등을 포함,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안양시의회 차원에서 이번 사업과 관련한 조사특별위원회 구성 및 가동을 통해 진상을 파악하고 잘못된 결과를 명맹백백히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공모사업 심사 등과 관련, 지자체의 특정 업체 밀어주기 여부를 샅샅이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도시개발사업 공모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해야 하고, 관련 업체 퇴출 등 업계의 강력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