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ℓ당 1800원, 환율 1200원대 눈앞자고나면 오르는 물가… 넉달째 고공행진전방위 타격 우려에 정부 대응 고심
  •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우리나라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경제 핵심 변수인 유가와 환율, 금리 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6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 기준)은 4일 기준 배럴당 90.2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2월 2일 기록한 단기 저점인 69.13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21.09달러나 오른 것이다. 인상률이 무려 30.5%에 달한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이처럼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드론 공격 등 지정학적 변수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원유 수입을 100% 대외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선 유가 급등이 고스란히 휘발유와 경유 등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1월 상순께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선에 진입했음을 고려하면 국내 유류 가격은 지금보다 10% 안팎 인상될 요인이 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될 경우 리터당 1800원을 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환율 역시 현 상황에서 한국경제에 불리한 쪽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4일 기준 1197.0원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으나 지난달 27일 장중 1207.4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말(12월9일) 장중 저점인 1172.8원과 비교하면 34.6원의 격차를 의미한다. 절하율이 3%에 육박한다.

    환율의 급등은 가뜩이나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수입물가의 상승을 의미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다 보니 외국에서 물건을 사 올 때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두바이유 가격이 막 80달러에 진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100달러를 이미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1월에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마저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정부나 통계청 모두 이번 달부터 물가 상승률이 더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현재 물가 상승률이 3% 후반임을 고려하면 언제든지 4%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환율 상승의 배경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다.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고 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한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끌어올릴 움직임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이 연내 5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되며 글로벌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시장금리 인상은 한국의 경제주체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12월 2일 연 1.720%에서 두 달여만인 지난 4일에 2.194%까지 뛰어올랐다. 인상 폭이 0.474%포인트나 된다.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의 조달 비용을 늘려 각종 대출상품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를 끌어올린다.

    일례로 주택담보대출로 5억원을 받은 사람이라면 연간 이자 부담이 237만원 늘어난다.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끌어다 썼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취약계층에게는 부담이 더 커진다. 미국이 실제 금리 인상을 본격화할 경우 시장금리는 더 오르게 된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다중채무자 등 취약 채무자가 무너지면서 시스템 전체를 훼손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