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림로봇 등 지분 25% 매각 추진건설업침체-부동산경기하향 우려高매도희망가-강성노조 등 부담
  • ▲ 삼부토건. ⓒ뉴데일리경제 DB
    ▲ 삼부토건. ⓒ뉴데일리경제 DB
    국내 건설업 1호 면허 기업인 삼부토건이 매각된 지 5년 만에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매도자의 희망가격이 다소 높고, 노동조합의 반대 기조 등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대 주주인 휴림로봇(10.48%)과 우진(4.49%), 아레나글로벌(3.03%) 등 주요 주주는 지분 25%를 매각하기로 하고 삼정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현재까지 중견기업 일부와 부동산 시행사를 비롯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삼부토건 전환사채(CB)를 보유한 하이홈코리아 등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매각을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대 주주 등도 매각 의사를 확정하면서 경영권 매각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당시 중견 PEF 운용사들이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지만, 가격에 대한 견해차로 결렬된 바 있다. 이후 최대 주주 측은 매각 주관사를 선정, 공개매각으로 전환해 이달 중 입찰을 앞두고 있다.

    삼부토건 대주주와 삼정회계법인은 이르면 이달 중 매각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으로, 매각가는 2000억원 안팎에 거론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삼부토건의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706억원이다. 매각 대상 지분가치를 비율대로 계산하면 926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시가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업계에서 매각가가 높다고 보는 까닭이다.

    1948년 국내 1호 건설사로 출발한 삼부토건은 경인·경부고속도로와 서울지하철 1호선 건설 등 굵직한 토목공사를 중심으로 성장해 대선 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인프라 사업 확대에 나서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제기됐다.

    실제 3분기 기준 지난해 신규수주액 5136억원 가운데 60.1%인 3092억원이 토목 물량이다.

    토목 사업에 비해 인수 후보들의 관심이 많은 주택 부문은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과거 마포아파트나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시공한 바 있지만, 삼부토건의 주택 브랜드 '르네상스'는 소비자 인지도가 낮은 편이어서 주택 등 건축 부문 수주액(8935억원)은 전체 수주액 2조1257억원의 42.0%에 불과하다.
  • ▲ 서울 중구 소재 삼부토건 본사. ⓒ뉴시스
    ▲ 서울 중구 소재 삼부토건 본사. ⓒ뉴시스
    앞서 삼부토건은 2011년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이 사업이 부실화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삼부토건은 우리은행 등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3068억원을 빌렸지만, 이를 갚지 못해 고스란히 채무를 떠안았다.

    결국 2015년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무상감자 등으로 조남욱 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상당 부분 감자 처리됐다.

    삼부토건의 알짜 자산이던 서울 강남의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은 해외 투자기업인 VSL코리아에 6900억원에 매각됐다가 신세계가 다시 사들여 조선 팰리스호텔로 재개관했다.

    삼부토건은 2017년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매각이 급물살을 타 삼라마이더스(SM)와 대우산업개발, DST로봇 컨소시엄이 경쟁하다 DST로봇 측이 최종 인수했다.

    산업용 로봇 제작업체인 DST로봇은 중국 휴대폰 유통 기업인 디신퉁이 대주주로서 무궁화신탁 및 우진이 대주주인 PEF 운영사 우진인베스트먼트 등과 연합해 경영권을 차지했다.

    이후 DST로봇과 우진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DST로봇이 중국계 자본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DST로봇은 이후 한국전자의 지분 투자로 대주주를 변경하며 사명로 휴림로봇으로 바꿨으며 우진과의 경영권 분쟁도 마무리했다.

    2020년 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생 이계연 전 삼환기업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해 이목을 끌었으며 지난해에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회사 및 이전 오너와의 관계가 드러나 회자되기도 했다.

    다만 삼부토건이 법정관리 이후에도 지배구조나 정치적 이슈에 휩싸이며 부침이 있었고,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건설업 전반이 위축돼 매각희망가격이 다소 높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건설사 주요 자산으로 꼽히는 보유 투자자산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실제 현금창출력 외에도 향후 개발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유 토지자산을 주요 근거로 삼는데, 삼부토건의 보유 부지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기준 삼부토건의 보유 용지는 1224억원 규모로, 전년동기 1249억원에 비해 2.02% 줄어들었다.

    게다가 강성으로 알려진 노동조합의 반대 기조 등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노조는 삼부토건이 휴림로봇에 매각될 당시에도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회사 이사회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은 노사 동수로 구성된 리스크 관리위원회를 통해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새 인수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