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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주력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화재가 최근 대표이사를 돌연 교체하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던 박춘원 흥국생명 대표가 취임 1년만에 교체되면서 뒷말이 분분하다.
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 의중설부터 새로운 정부출범을 앞둔 官 소통용 인사 등 해석이 분분하다.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화재는 최근 신임 대표이사에 임형준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임규준 전 금융위원회 대변인을 각각 내정했다.
양사는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두 대표를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박춘원 흥국생명 대표는 1년만에, 권중원 흥국화재 대표는 5년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됐다.
업계에선 권 대표의 교체엔 어느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연임 임기가 1년 정도 남았지만, 지난 2017년 3월 선임돼 2년 임기를 채우고 이후 2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반면, 박 대표의 교체를 놓고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생명 측은 임기를 1년으로 계약했다는 설명이지만 빼어난 경영실적으로 유임을 점치는 분위기가 많았기 때문이다.앞서 조병익 전 대표는 2017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4년간 대표직을 수행했다.
박 대표 부임 직전 흥국생명의 2020년 연간 순익은 439억원으로 전년대비 51.61%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박 대표 취임 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익 14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00% 이상 늘었다. 회사 측은 아직 2021년도 연간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순익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IT 서비스 통합 관리시스템 '흥잇슴(흥IT:SM)' 오픈 및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사업에도 적극 나서며,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험업계에선 지난해 만기 출소한 이호진 전 회장이 대대적 경영 쇄신에 나선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 전 회장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후 5년간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지만, 흥국생명 최대주주로서 경영전반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의 지분 56.30%를 보유하고 있으며, 흥국화재의 경우 흥국생명이 59.56%, 태광산업이 19.63%를 갖고 있다.
일각에선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대외 소통 채널을 넓히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표와 권 대표의 경우 보험사 업력이 주인 반면, 새로 선임될 임형준·임규준 내정자의 경우 최근까지 관(官)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내정자는 198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쳐 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다.
임규준 흥국화재 내정자는 1987년 매경미디어그룹에 입사해 언론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오다 2016년부터 금융위원회 대변인을 지냈으며 현재는 금융채권자 조정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와관련 흥국생명·화재 측은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기 위해 금융 분야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영입했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고객중심 경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