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최고 125달러~150달러 상승 전망韓 경제성장률 꺾이나… 물가상승 부담 커져"기업들 단계별 비상계획, 헷지전략 등 대책 마련 절실"
  •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2일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BoA에 따르면 러시아는 매일 5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공급이 100만 배럴 감소할 때마다 유가가 20달러씩 오른다는 게 BoA의 설명이다.

    전쟁 피해가 커지고 서방의 러시아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 공급망에 큰 차질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에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미국 투자회사 바이슨 인터레스트의 조시 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러시아 제재는) 원유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를 환경을 조성했다"며 "국제 원유 수급이 제한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선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110달러를 넘어서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략 비축유 초기 분량 6000만 배럴 방출을 결정했다. IEA 31개 회원국들이 비축유 방출에 공조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3일 AP통신과 정부에 따르면 비상용 원유 15억배럴을 저장하고 있는 IEA 회원국들은 이중 4%를 이번에 방출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를 이끌낸 미국은 비축유 초기 방출량의 절반인 3000만 배럴을 담당한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제재 폭탄’을 터트리면서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격화 속에 유가는 8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시간 2일 오후 5시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전날과 비교해 5% 가량 상승한 수치로, 지난 2014년 이후 최고기록이다.
  •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1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열어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는 러시아 원유·가스 수출 제재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다"며 "투기적 매수 포지션 등에 따라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단이 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의 대(對) 유럽 석유·가스공급 차질이 일어나면 국제 에너지시장 불안, 가스대체 석유 수요 증가로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시나리오별로 보면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될 땐 배럴당 75~85달러 수준이겠지만 군사 개입이 이뤄지고 주요 7개국(G7)의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금융·경제 제재가 부과되면 배럴당 100~125달러로,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대규모 공급중단 등 최악의 상황이 되면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원유 해외의존도가 100%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에너지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의 원유·LNG·석탄 등 에너지 자원 수입의존도는 93.4%로 수력·신재생 등 국내에서 생산된 6.6%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량을 해외에서 수급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총생산(GDP) 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0.12%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배럴당 120달러를 가정하면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은 1.4%포인트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오일쇼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와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원유 보관비용 등 기회비용을 고려한 전략과 비축유 규모 재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기업들도 생산 원가 증가에 대비해 국제유가 수준 단계별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각 부서의 실행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며 "제품 생산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에 대해 선물 시장 등을 통해서 가격 변동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헷지 전략을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