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2라운드 임박… '전방위 압박' 받는 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소송 2라운드가 임박한 가운데, SK브로드밴드가 소송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폐막한 ‘MWC 2022’에서 전 세계 약 750개 통신사업자를 회원으로 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콘텐츠사업자(CP)의 망 사용료 분담을 주장하면서 넷플릭스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2심 첫 변론 기일이 오늘 시작된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넷플릭스는 항소를 선택했고 SK브로드밴드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는 2심 첫 변론 기일에서 자체 네트워크 기술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통한 트래픽 절감 효과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1심에서 ‘전송의 의무가 인터넷통신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에게 있다’는 주장이 통하지 않았던 만큼, OCA를 통한 ‘상호무정산’을 새로운 논리로 내세웠다.

OCA란 넷플릭스가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로 데이터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 복제 서버를 통신사와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 지역별로 거점을 만들어 물리적인 거리를 줄이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1년 오픈 커넥트 개시 이래 OCA를 개발하고 142개국, 1만 4000개가 넘는 OCA를 설치하는 데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420억 원)를 투입한 바 있다.

넷플릭스 측은 “ISP의 망 내부에 설치된 OCA는 넷플릭스가 차별 없이 해당 ISP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오픈 커넥트를 이용한 콘텐츠 전송으로 ISP는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거점에 설치된 OCA를 활용하면 데이터 트래픽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해당 기술로 망 사용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넷플릭스의 데이터 트래픽 증가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에서 발생시킨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200Gbps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항소심 역시 SK브로드밴드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를 둘러싼 환경이 1심 당시에 비해 더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통신사들의 행보가 넷플릭스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 도이치텔레콤(독일), 오렌지(프랑스), 텔레포니카(스페인), 보다폰(영국) 등 유럽 4개국 통신사 CEO가 공동으로 유럽연합(EU) 의회에 “빅테크 기업이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MWC 2022에서는 GSMA가 넷플릭스를 비롯한 CP로부터 콘텐츠 전송으로 발생하는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도출하기도 했다.

특히, GSMA 이사회에는 구현모 KT 대표가 포함돼 있으며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또한 원칙적으로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국내 통신사들도 넷플릭스 등의 CP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국내에 상륙한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CDN과 계약을 통해 우회적으로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가 받는 압박은 1심에 비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통신사들이 넷플릭스를 비롯한 CP가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한목소리를 내면서 소송을 앞둔 넷플릭스가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