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밀 가격 천정부지 치솟아팜유, 설탕 등도 가격 고공행진 중수입 의존도 높은 식품가, 대응책 마련 고심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결국 국제 곡물 수급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식물성 기름, 설탕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과 농산물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이끄는 것)'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 식품업체들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체들이 러시아-우크라 사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부분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면서도, 장기화 될수록 원재료 수급 불안정, 원가 상승 등 다양한 상황 발생 우려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국산 밀 비축 계획물량을 지난해(8400톤)보다 67% 가량(5600톤) 늘린 1만4000톤으로 확정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오는 6월 말까지 밀·옥수수 등의 주요 곡물 수출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가 수급안정을 위해 내놓은 조치다.

    한국의 밀 자급률은 0.8%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사태 초기 국내 식품가는 러시아-우크라 사태로 인한 국내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었다. 국내로 수입되는 사료용 밀, 옥수수, 대두 중 러시아 우크라이나산 수입 비중은 약 1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산 곡물 공급이 끊기면 가격 상승 압력은 모든 국가가 연쇄적으로 받게 된다. 실제로 러시아 전쟁으로 전세계 밀가격은 72% 급등했다.

    여기에 팜유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도 수출 제한 강화하면서 팜유도 수급 불안정에 들어갔다. 팜유는 식용으로 쓰이고 화장품, 초콜릿등의 원료로 쓰인다. 식물성 기름 가격은 무려 140%나 폭등했다. 설탕 가격도 66% 뛰어오른 상황이다.

    국내 식품가는 현재 콩, 밀, 팜유 등 식품 제조를 위해 필요한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다.

    러시아-우크라 사태의 후폭풍은 국제 기름, 소맥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는 곧 원재료 수급 불안정,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글로벌 가격 반영은 2~3개월 후 국내 정세에 반영되지만 이번 러시아-우크라 사태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미 먹거리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가 최고치인 상황이다. 원가 상승을 당분간 온전히 손해로 감수해야만 하는 식품업체들의 수익성에 적색등이 켜진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460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외식 물가도 6.2% 올랐다. 2008년 12월의 6.4%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원가 상승을 막을 방법이 없지만, 그렇다고 소비자 가격 인상을 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단 수급 불안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