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업 진출 원년”…증권가 디지털 경쟁 본격화

국내 증권사들의 가상자산 시장 선점을 위한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올해를 가상자산 산업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관련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심산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의 중장기 경쟁력은 가상자산업 진출 여부가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업은 증권사 사업 모델과 디지털 채널 이점을 활용할 수 있어 신사업으로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SK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앞다퉈 가상자산 관련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가상자산 사업을 전담하기 위한 새로운 법인 설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말에서 내달 초를 목표로 블록체인 기술기업, 은행 등과 신설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미래에셋컨설팅이 디지털자산 전문 법인의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이날까지 가상자산 전문 자회사의 부문별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다. 채용 대상자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아닌 미래에셋그룹 산하에 신규 설립할 디지털자산 전문 회사에 소속하게 된다. 

삼성증권은 블록체인 기반 증권형토큰(STO·Security Token Offering) 사업 진출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STO 개발·운영 업무를 담당할 해외 석·박사급 인재 공채를 진행하기도 했다. 

SK증권은 지난해 코인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와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 협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업무협약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 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했다.

디지털 자산 연구에 공을 들이는 증권사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디지털 자산 전담 애널리스트인 이세일 연구원을 영입했다. 이 연구원은 크립토커런시,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전략을 유튜브 등을 통해 제공하고 사내임직원을 위한 디지털 자산 분석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KB증권은 리서치센터를 통해 디지털자산에 대한 분석보고서인 ‘다이아KB’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이아KB는 디지털자산 전반에 대해 심층 분석, 관련 동향 업데이트, 주요 이슈 코멘트 등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이 신규 수익원으로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시장 성장과 함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에 발 빠르게 준비하는 증권사만이 선점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생겨난 만큼 가상자산 생태계에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일부 증권사들은 일찍이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지분투자를 진행해왔고, 연관 사업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자산 사업이 제도권 내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중장기적으로 증권사의 신규 수익원 중 하나로서 구조적 성장 및 평가가치 확장을 이끌 것”이라며 “향후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대비해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 제도상 국내 증권사들의 직접적인 가상사업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사업자 허가를 받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합작법인이나 지분투자 형태의 간접적인 방법들이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윤 연구원은 “초기에는 지주 내 해외 자회사 설립, 기타 계열사와 블록체인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선택지들을 고려할 것”이라며 “향후 가상자산업권법이 제정되고 제도권 내에서 좀 더 자리를 잡는다면 증권사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향후 가상자산 발행·유동화·매매 등으로 업무가 확장될 경우 관련 서비스를 높은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은 증권사뿐”이라며 “가상자산업의 밸류체인이 확장될 경우 증권사의 수익으로 활용 가능한 부분은 무궁무진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