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TF 첫 출근가계부채 한은 역할론 강조청문회 지연 우려… 14일 금통위 참석 불투명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일 "가계대출은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총재가 되면 금융위와 함께 가계부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고민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빠듯해 오는 1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금리 통해 가계부채 해결해야"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통화정책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막힘없이 내놨다. 

    이 후보자는 금리 인상을 통한 가계부채 해결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상 금리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그는 "이자율이 균형이자율보다 너무 낮을 경우 가계부채가 굉장히 늘어 자산가격에 영향을 주고 나중에 국가경제 안정화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전반적으로는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소프트랜딩(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경제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가계부채 속도를 잡을 수 있게끔 한은이 분명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또한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등에 대출 규제 완화를 고려하고 있는데 미시적인 목적이겠으나 전반적인 국가 부채 문제나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한은이 당연히 나서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한은, 정부랑 대화 안하는 게 독립성 아니다"

    특히 이 후보자는 한은과 정부와 협력 관계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부랑 대화 안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아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최근 중앙은행들의 정책도 큰 틀에서 물가, 성장, 금융안정, 거시경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정부 정책과의 일치성, 일관성을 고려해 서로 협조하며 물가 목표 어떻게 달성할까 이런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가 많으면) 이자율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고 앞으로 고령화에 따라 나이 많은 분들이 은퇴 후 생활자금을 위해 가계대출을 받기 시작하면 가계대출의 질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했다.

    앞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매파(긴축 선호), 비둘기파(완화 선호) 이렇게 나누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데이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떻게 정책을 조합해야 정부와 잘 어울리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통화정책 성향에 대해 "어떤 경우엔 매파, 어떤 경우엔 비둘기일 것 같다"고 했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뉴데일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뉴데일리
    ◆ "상반기 물가 3.1% 넘을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에 0.5%p이상의 금리를 조정하는 '빅스텝'을 예고하면서 한미 간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금리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면서 "한미 금리 역전이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자본 유출이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금리 뿐만 아니라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하는 기대심리, 그 다음에 경제 전체 기초여건 등에 달려있다"고 했다. 

    올해 물가는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뿐만 아니라 한은도 3.1%를 전망하고 있다"면서 "상반기는 부득이하게 3.1%보다 높아질 것 같고하반기는 물가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대 등 경제변수가 아니라 전쟁, 바이러스 등으로 하반기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면서 "불확실성이 클 때 어떻게 리스크 관리를 할지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14일 금통위 참석 불투명 

    이 후보자는 이날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으나 4월 금통위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임명절차에 통상 20여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면 재산신고를 포함한 자료 준비를 거쳐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를 발송하게 된다. 이후 국회는 접수일부터 20일 이내 인사청문회를 종료해야 한다. 

    이 후보자의 경우, 8년 간 IMF에서 일해온 까닭에 인사청문요청서에 첨부해야 하는 자료 정리가 늦어졌다. 이날 청문회 관련 자료를 제출한 뒤 청문회 일정을 기다릴 전망이다.

    한은 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 사태가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신구 간 인사 갈등이 재점화한 탓이다. 

    윤 당선인 측은 이 후보자 지명 과정서 의견 수렴 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최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임명을 두고 양측 간 인사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일 금통위가 열리는 14일까지 이 후보자가 임명되지 못한다면 한은 정관에 따라 주상영 금통위원이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