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깡'을 통해 국회의원 99명, 총 4억 3천790만 원 후원구현모, "CR부문 요청에 명의 빌려줘", "불법인지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재판부,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과 병합 검토
  •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를 받는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첫 공판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횡령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이날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구 대표 등 KT 임직원 10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구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6년 전 CR부문에서 명의를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당시 회사 분위기는 서로 무조건 도와주자는 게 있었다"며 "당시 불법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CR부문의 자금 조성 경위도 몰랐고 이 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이 하나도 없다"고 "문제가 되는 사안이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해당 재판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경영진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파렴치한 사람이 돼버렸다고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 대표 등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방식으로 11억 5천만 원 상당의 부외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 약 4억 3천790만 원을 '쪼개기 후원'으로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KT는 국회의원들을 자사 업무와의 연관성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인당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1천500만 원 까지 후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자금법은 법인 또는 단체 자금으로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검찰은 이들이 법망을 피하고자 본인 혹은 친척 등 개인 명의를 활용해 쪼개서 기부했다고 봤다.

    구 대표는 지난 2016년 9월 회사 대관담당 임원들로부터 부외자금을 받아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총 1천400만 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자신의 명의로 기부해 업무상횡령·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벌금 총 1천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구 대표는 불복해 지난 2월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에 배정돼 다음달 4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변호인들의 요청에 따라 두 재판을 병합해 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3일 '쪼개기 후원'을 주도한 KT 전직 대관담당 임원 4명에 실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