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정숙 여사 옷값, 디자이너 예우 차원서 현금 계산"현금영수증 제도 취지 무색…靑 해명 "부적절" 지적국세공무원들 황당…"암묵적 기대 있는 거래일 것"
-
디자이너 예우 차원에서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현금결제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국세청 직원들이 어이없다는 반응에 더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이다.논란의 시작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발언 때문이었다. 박 수석은 "명인이나 디자이너 등의 작품 같은 경우엔 예우 차원에서 현금으로 계산하기도 했다"고 밝혀 화근이 된 것이다.국민들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는 경우는 물건이나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한 할인을 받기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간혹 판매자가 현금을 요구할 때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양측 모두 합의가 있어야 한다. 구매자는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원하지만, 판매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국세청에 현금영수증 발급거부로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금영수증 미발급 과태료는 미발급금액의 20%다. 10만원의 물건을 판매하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다면 2만원의 과태료와 그에 따른 가산세를 내야한다.정부에서 제도적으로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박 수석의 발언은 부적절한데다, 국민 정서나 사회적 분위기와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현금영수증 업무를 주관하는 국세청은 대놓고 공식입장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A 국세공무원은 "요새 소비자가 현금으로 사겠다고 해도, 판매자가 속 시끄러워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현금영수증 미발급으로 신고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돌아서면 신고하는 것이 요즘 사람들이라, 판매자가 먼저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B 국세공무원도 "거래수단에 따라서 상대방을 예우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암묵적으로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소득신고 축소밖에 더 있겠냐"라고 지적했다.C 국세공무원은 "이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이런 해명은 이를 듣고 있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노하기도 했다.사실 청와대가 김 여사의 옷을 디자이너 예우 차원에서 현금으로 지급했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았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판매자 입장에선 신용카드 수수료 정도는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예우'라고 표현했다면 논란의 소지가 적다는 의견도 있다.하지만 한복을 판매한 장인이 직접 나서 김 여사의 옷값은 현금으로 받았고 영수증을 발행해주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청와대가 곤란한 상황이 됐다. 이에 박 수석이 직접 나서 디자이너 예우 차원에서 현금 결제를 했다는 해명을 한 것이다.현금영수증 제도는 지난 2005년 소득 양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로 도입 당시에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받은 국민을 대상으로 복권을 발급해 월 1회 1등 1억원(미성년자 당첨금 1등 300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는 등 연간 36억원의 당첨금을 주면서까지 장려해왔다. 30%의 소득공제 혜택도 제공한다.현재는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도 늘어나는 등 제도가 정착됐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2016년부터 2021년 6월까지 고소득 전문직의 현금영수증 미발행 적발 건수는 3406건, 과태료·가산세는 총 37억9400만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현금영수증 미발급이 여전히 소득축소 신고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세법상 현금거래가 상대방을 예우한다는 내용은 없다. 세금전문가로서 이해되지 않는다"며 "딴 사람은 몰라도 공직자나 그 배우자가 그런 거래를 했다는 것은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것이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바람직한 모습"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