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美 소비자물가지수 8.5% 급등…40년 만에 최고치연준 긴축 속도 빨라져…한은 금통위도 기준금리 만지작높아지는 경기 둔화 우려…방어적 증시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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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CPI)가 8%를 돌파하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한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한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3월 CPI가 전년 대비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이자 다우존스 전문가 예상치인 8.4%도 웃돌았다. 지난 2월 CPI는 7.9% 상승하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CPI 월간 상승률 1.2%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2005년 11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로 앞서 2월에 0.8%, 1월에 0.6%, 지난해 12월에 0.5% 상승했던 것보다 훨씬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33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식품, 임대료 가격도 오르며 물가 상승에 일조했다.

    다만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 품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는 월간으로 0.3% 상승해 전월의 0.5% 상승률보다 줄었다. 중고차와 트럭 가격이 3월 전월 대비 3.8% 내렸으며, 원자재 가격은 0.4% 내리는 등 최근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일부 섹터에서 상승세가 둔화됐다.

    예상을 소폭 웃도는 강력한 지표가 나왔지만 일부 지표에서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지수가 정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 속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 중 하락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CPI 발표 이후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2.67%까지 떨어졌다. 앞서 개장 전 10년물 금리는 2.83%까지 올랐다. 미 증시의 주요 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했다가 장 중 하락 반전하며 약세로 마감했다.

    ◆"5월 FOMC 빅스텝 확실시"…4월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할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이날 발표로 연준의 긴축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치솟는 물가를 이유로 빅스텝 가능성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연준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올해 연말에 중립 금리 수준인 연 2.25~2.5%의 금리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빅스텝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최소 한두 차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아울러 연준이 지난달 예고한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도 내달 본격화할 것이 유력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고점을 통과하더라도 3분기까진 여전히 6~7%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연준의 5~6월 빅스텝 가능성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3분기까지는 긴축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가 총재(금통위 의장) 부재에도 오는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은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큰데다 미국의 본격적 통화 긴축도 임박한 만큼 한은 총재가 없더라도 나머지 금통위원들이 인상 쪽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며 "4%대 물가 충격에 대응할 뿐 아니라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언한 만큼 정책 공조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우려…"방어적 증시 대응 필요"

    강력한 긴축 흐름에 따라 시장은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상하이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국내 증시는 통화정책 부담과 경기불안을 반영해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경기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 연구원은 "중국 상하이 봉쇄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된 점,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이슈가 지속된 점은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방어적인 증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긴축은 2분기에 강하게 진행된 후 하반기 물가를 확인하면서 속도를 조절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물가 상승이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하거나 주가가 상당히 하락해 연준의 정책 완화까지 당분간 주식시장에서는 조심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에서 현재 방어 측면 강세를 보이는 섹터로는 보험·자동차·음식료·통신 등을 거론했다.

    과거 연준의 빅스텝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았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 강도를 높이기 위해 기준 금리를 빠르게 올렸던 1990년 이후 빅스텝 시기는 1994년 5월과 8월, 2000년 5월이었다.

    김중원 연구원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결과 연준의 성장성 둔화에 대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 지난 1995년 7월부터 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침체에 사전적으로 대비할 수 있었다"며 "S&P500지수 역시 첫 금리인상 단행 후 2개월 동안 하락했으나 이후 완만하게 반등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기 초반 빠르게 금리인상을 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동시에 연준에 대한 신뢰를 높여 물가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 우려가 심화할 경우 통화정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빅스텝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