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자공학과-카이스트 석사 출신건설사에 IT-디지털 등 스마트기술 접목프롭테크 관심에 본업도 승승장구… 종합부동산회사 박차
  • ▲ 서울 강남구 도곡동 우미건설 사옥. ⓒ우미건설
    ▲ 서울 강남구 도곡동 우미건설 사옥. ⓒ우미건설
    우미건설이 '공학도' 이석준 부회장의 적극적인 IT 도입으로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주택 부문의 안정적인 실적과 재무건전성을 기반으로 건설·부동산 분야에 직접 스마트기술을 적용하는가 하면 IT 기술 선도업체 등에 투자도 병행하면서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미건설은 부동산 사업영역 및 부동산 생애주기 전 과정에 진입할 수 있는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주택사업을 지속발전시키면서 건축·토목사업은 물론, 프롭테크 투자, 부동산 자산운용사 투자, 상업 시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창업주 이광래 회장의 장남인 이석준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1993년 우미건설 기획실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주요 직책을 거쳐 2020년 부회장에 올랐다.

    특히 우미건설 입사 전 LG산전(현 LS일렉트릭)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잘 알려졌다. '공학도'로서 스마트기술을 현장에 접목해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다. 건설 현장에서 프롭테크는 AI 기반 건축 설계, 3D 인테리어 디자인, 드론 기반 측량 관리, 무인 건설 기계 등으로 적용된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AI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지역이나 시세 판단, 관리와 중개 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건설업계에 적극적인 기술 도입을 주장하며 2018년 11월 프롭테크 기업 26개사와 연합해 한국프롭테크포럼을 설립했다. 포럼은 콘퍼런스와 매칭데이를 통해 관련 기술을 알리고 신생 기업을 지원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영향으로 우미건설은 프롭테크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20년에는 '직방'이 설립한 IT 전문 투자회사 '브리즈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벤처 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했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는 IoT와 빅데이터, AI, VR(가상현실), 핀테크, 블록체인 등 다양한 프롭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부동산 앱 일인자로 떠오른 직방을 비롯해 △데이터 분석 서비스 업체 집펀드 △부동산 개발부터 관리와 중개를 책임지는 미스터홈즈 △부동산 핀테크 기업 카사코리아 △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 △증강현실(AR)·확장현실(XR) 메타버스 개발사 애니팬 등이 이 부회장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다.

    지난해 5월에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부동산개발회사 '이지스린'을 출범시켰으며 해외로 눈을 돌려 아마존의 물류센터 건설 펀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문화재 복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9년에는 서울 돈의문을 디지털로 복원한 데 이어 올해는 조선 시대 관청인 군기시(軍器寺)와 경복궁의 궁중문화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문화관광콘텐츠 활성화 사업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스마트기술팀'을 신설하는 등 일선 현장에 스마트기술을 직접 접목하는 디지털 중심의 기업 체질 전환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3월 인천 검단신도시 내 아파트 신축공사에는 '프리콘(Pre-Construction)' 기술을 도입했다. 프리콘은 건설정보모델링(BIM) 등을 통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미리 계산해 최적화한 시공 단계를 만드는 기술이다. 원자재 절약은 물론 공사 기간 단축, 인력 효율화로 보다 안전한 공사가 가능하다.

    이외에 드론을 활용한 지형 분석, BIM, VR, 4족 보행 로봇 '스팟' 같은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 ▲ 이석준 우미건설 부회장. ⓒ뉴데일리경제 DB
    ▲ 이석준 우미건설 부회장. ⓒ뉴데일리경제 DB
    이처럼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기존 사업에서의 호실적과 탄탄한 재무구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우미건설의 뿌리는 주택사업이다. 창업자 이 회장이 1982년 광주에서 3층짜리 연립주택 '삼진맨션' 18가구를 분양하면서 출범했다. 이후 광주 남구 주월동에 '라인광장아파트' 800여가구를 분양한 것을 시작으로 아파트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어 1999년 경기 용인시 동천지구에서 수도권 첫 사업을 시작했고 대전, 울산 등 전국에서 활발하게 주택사업을 전개하면서 40년간 총 9만4000여가구를 공급했다.

    2006년에는 주택 브랜드 '린(Lynn)'을 도입했다. 한자 '이웃 린(隣)'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가족과 이웃이 교류를 즐기는 생활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린'은 부동산114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설문 조사에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9위에 랭크되는 등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5년간(2017~2021년) 평균 1045억원에 이르는 순이익과 16.1%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5년 평균 8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면서 자본금 역시 9년 연속 증가했으며 유동비율도 지난해에 612%까지 뛰었다. 동시에 차입금 및 부채 규모가 3년 연속 감소하면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시현했다. 신규 투자를 위한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대형 사업을 수주하면서 신사업 외에 본업에서도 성장성을 확보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계약잔액은 모두 7927억원으로, 전년 5207억원에 비해 52.2% 늘어났다. 직전 5년 평균(2016~2020년)치 6847억원보다 높은 규모다.

    작년 5월에는 이지스자산운용, 한림개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발주한 '마곡 식물원 서측 명소화 부지 민간사업자 공모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미건설은 '더 플레이스(The Play;ce)'라는 주제로 카페거리를 조성하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오피스 근무자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마곡에서는 또 지난해 말 우미건설 컨소가 '마곡 R&D센터 건립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수주했다. '클라우드 힐스(CLOUD HILLS)'라는 주제로 마곡산업단지를 이끌 융복합 공유형 R&D센터를 제안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아산병원, 카이스트 등과 함께 2조원에 달하는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26만㎡ 부지에 500병상 이상 수용 가능한 종합병원과 의료·바이오 관련 산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우미건설이 속한 컨소(한화건설 주관)가 약 2조16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민간투자사업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 부지에 전시·컨벤션과 스포츠·문화시설 등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배영한 우미건설 대표는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ESG 환경에 맞춰 경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그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고객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에 몰입해 선도적인 일류 종합 부동산 회사라는 비전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