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0.5 그쳐…십수兆 혈세 얻는 편익은 '절반'전가의 보도된 예타 면제…'정치공항' 오명 쓸듯"부산시 수요·사업비 주장 엉터리…근거無·실현불가능"
  • ▲ 조감도.ⓒ국토부
    ▲ 조감도.ⓒ국토부
    문재인 정부가 26일 사실상 정부 정책으로 확정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십수조원의 혈세를 들여 정치공학적으로 추진되는 표(票)퓰리즘(대중영합주의) 사업이다. 경제성이 부족해 장래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우려가 없잖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을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카드를 활용해 사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덕도 일원 순수 해상에 동서방향으로 3500m 활주로를 건설하는 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애초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김해 신공항 건설이 낙점된 상태에서 지난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자 야당인 국민의힘이 끌려가면서 급물살을 탔다. 국회는 지난해 2월26일 본회의에서 예타를 면제하고 사타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의결했다.

    정부가 승인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이날 제시된 밑그림만으로도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요 부족이다. 한국항공대 컨소시엄은 국토부 의뢰로 진행한 사전타당성 검토(사타)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국제선 수요를 잠정 목표연도인 2065년 기준 여객 2336만명, 화물 28만6000t으로 분석했다. 여객 수요는 초기 개항 때 김해공항의 국제선만 옮기는 것을 전제로 분석했다. 국내선은 KTX 등 다른 교통수단과 경쟁 관계를 고려했다. 부산시청을 기준으로 접근성을 따져봤을 때 김해공항은 35분이 걸렸지만, 가덕도 신공항까지는 거의 2배인 60분이 걸리는 것으로 검토됐다.

    사타에서 제시한 목표연도 여객수요는 그동안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했던 부산시 예측규모 4600만명의 절반쯤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토부는 여객수요 예측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부산시가 관련 법령을 따르지 않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한 아시아 성장 전망치를 단순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수요를 예측할 때 특정 대륙의 성장 증가율 전망치를 적용하는 것은 신공항 예정지의 여객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부적절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또한 아시아는 중국과 개발도상국 등 항공여객 성장률이 높은 지역이어서 수요 예측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국토부는 부산시가 예측한 화물수요도 아마존 등 글로벌 물류센터 유치를 가정하는 등 실현 불가능한 수요를 포함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수요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 ▲ 사업비 산출 결과 비교.ⓒ국토부
    ▲ 사업비 산출 결과 비교.ⓒ국토부
    이처럼 경제성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정부는 예타 면제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24조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규모 토건사업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미명 아래 예타 면제사업으로 추진한 바 있다. 이듬해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토목사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은)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 인구소멸에 대비한 사업이므로 경제성만 고려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앞으로 연계 교통망 구축 등을 통해 동남권의 경제 활성화, 나아가 국토 균형발전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이날 밝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경제성(비용 대비 편익·B/C)은 0.51~0.58 수준이다.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은 편리함이나 유익함은 50원쯤에 그친다는 얘기다. B/C는 1.0보다 커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가덕도 신공항의 경제성은 전국 지방공항 중 누적 손실이 가장 큰 곳 중 하나인 무안공항(0.49)과 유사하다. 십수조원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장래 손실이 발생해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불어난 사업비도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최적안의 사업비가 부산시가 주장한 7조5000억원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을 산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먼저 표준시장단가, 표준품셈을 활용해 단가를 적용하고 일부 세부설계가 필요한 공종은 김해·인천·새만금 공항 등 유사 사업의 비용을 따랐다고 부연했다.

    반면 부산시는 단가 산출의 근거가 없이 낮은 단가를 적용해 사업비가 지나치게 낮게 산출됐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가령 ㎥당 덤프 운반비로 사타에선 1만원을 검토했으나 부산시는 2000원을 책정하는 등 실현 불가능한 금액으로 사업비를 뽑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부산시는 관련 지침에서 반영토록 한 예비비, 부가가치세 등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는 돌려말하면 부산시가 터무니없는 근거로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사업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총사업비를 검토할 때 연약지반 두께 등 현지 여건을 고려해 안전과 품질이 담보되는 범위 내에서 가장 경제적인 공법을 골랐다고 밝혔다. 앞으로 기본설계, 최신 공법 적용, 입찰 등을 거치면서 사업비가 불어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김해신공항 건설은 예타 결과 총사업비 규모가 5조9600억원쯤으로 조사됐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연합뉴스
    개항 시기를 두고도 이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적안에 관계 부처 간 협의를 전제로 검토된 부분이 있는 것도 변수로 지적된다. 평가위원회는 동서 방향으로 활주로를 배치하는 D·E안 중 부등침하(지반의 침하량이 일정하지 않은 현상) 우려가 적고 장래 확장성이 쉽다는 장점을 들어 E안(순수 해상배치안)을 최종 대안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덕도 동쪽에 있는 정박지를 이전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국토부는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와 지속해서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후속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오는 2025년 하반기 착공해 2035년 6월 개항할 수 있을 거로 전망했다. 하지만 부처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