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줄줄이 실적 부진에 대다수 증권주 하락세증권업계 비우호적 환경 지속…투심 악화 불가피“실적 눈높이 낮춰야…올 한해 쉽지 않을 예정”“1분기 바닥 충분히 다져”…2분기 반등 기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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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권사들이 일제히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주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실적 둔화와 시장금리 급등으로 올 한해 증권주 흐름이 불확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 1분기가 업황 바닥을 통과하는 구간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리스크 완화에 따른 주가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증권업종을 담은 KRX증권지수는 전일 기준 719.74로 지난해 연말(782.37) 대비 8% 하락했다. KRX증권지수는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상장 증권사 10개 종목으로 구성돼있다.

    지난해와 비교해선 낙폭이 더 심하다. 1년 전 KRX증권지수는 889.68로, 1년 새 19.1% 하락했다.

    업종별로 보면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 9곳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0%에 달한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들어 23% 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NH투자증권은 최근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올해 들어 증권주가 유독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는 데는 금리상승 및 긴축 기조 등에 따른 증권사의 실적 급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네 곳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3.7% 감소했다. 

    통상 금리상승은 증권사에 악재로 작용한다. 채권금리가 오르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의 평가손실과 매매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증권사의 채권평가 손실 규모는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국내 주식시장 내 거래대금이 급격히 감소한 점도 증권사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77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올 한해 증권업계의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지표 둔화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고 시장 금리도 급등했다”라며 “단기간 내 업황이 유의미하게 반등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회수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부담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커지고 있다”며 “아직까진 증시 유동성이 괜찮은 편이지만 거래대금이 늘지 않는 한 본격적인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글로벌 리스크 완화에 따른 증권주의 반등이 가능할 거란 의견도 나온다. 특히 증권사들의 실적이 올 1분기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분기부터는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우려 요인은 이미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고, 하나씩 해결될 조짐을 보이는 중”이라며 “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금융주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증권주 투자심리 개선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러시아 지정학적 리스크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증권사 실적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시장 지표들도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있다”라며 “증권사 주가는 1분기를 바닥으로 2분기부터는 반등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구경희 SK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의 부진한 실적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며 “1분기 거래대금 평균치는 거래회전율 200%까지 하락한 결과이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부진한 1분기 실적은 이미 업종 주가에 반영된 데다 전반적인 증시 및 주변 자금 흐름은 2월 이후 추가로 악화하지 않고 있다”라며 “현재 업황은 바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최근에도 금리 급등세가 나타나는 등 유동성 축소에 따른 비우호적 환경이 이어지고 있으나 단기금리 불안이 진정될 경우 업황 회복 가능성은 높다”라며 “해당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