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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신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일제히 줄이고 있음에도, 자산 수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손보사들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일시적으로 가치가 상승한 '착시효과' 탓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장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옥매각 등 부동산 자산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 자산 줄이는데 수치 상승 '기현상'
4일 손보협회에 따르면, 16개 손보사의 지난해 부동산 자산은 총 5조 9014억원으로 전년대비 4.2%(2405억)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토지로 3조5569억원에 달해 13.5%가 뛰었다.
내년 IFRS17과 함께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부동산 자산을 줄이고 있음에도 반대 수치가 산출된 것이다.
IFRS17과 K-ICS가 도입되면 현재 업무용 6%, 투자용 9% 수준인 부동산 자산 위험계수가 최대 25%까지 올라가 준비금 부담이 커진다.
예컨대 100억원의 부동산 자산에 대해 현행 제도에선 6억~9억원의 준비금이 요구되지만, 향후엔 최대 25억원을 쌓아야 한다.
생보업계는 업권 예상치와 부합하는 감소세를 보였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3개 생보사의 부동산 자산은 총 11조 9022억원으로 전년대비 3.4%(4196억) 감소했다. 토지와 건물 자산이 각각 1.7%, 4.1% 줄었다.
◆자산재평가… 부채비율↓ 노려
보험권은 지난해 일부 손보사들이 자산재평가를 진행한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자산재평가는 말그대로 기업이 가진 자산이 물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현재가액과 장부가액간 많은 차이를 보일 경우 해당 자산을 재평가하는 걸 말한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무엇보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다. 10년전 20억원에 매입한 건물을 재평가해 40억원으로 만들었을 경우 20억원의 재평가 차익은 자본잉여금으로 계상돼 자본총계가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IFRS17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손실금액이 이전보다 더 크게 책정된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 속 부채비율을 줄여 장기적 재무건전성을 높이려는 심산이다.
업권 2위의 현대해상 역시 지난해 자산재평가를 실시, 부동산 자산이 1조 1283억원으로 전년대비 25.9%(895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도 전년대비 38.4% 증가한 9402억원으로 조사됐다.
다만 손보업계는 일시적 착시효과일뿐 IFRS17 도입을 앞두고, 사옥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동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 KB손보는 최근 서울 합정빌딩, 경기 구리 및 수원빌딩, 대구빌딩, 경북 구미빌딩 등 5개 건물에 대한 매각 계약을 스타로드자산운용과 체결했다. 매각 후 재임차하는 세일즈앤드리스백 조건이 포함됐으며, 매각 대금은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와 하나손보도 지난해 사옥을 각각 2000억원, 1000억원에 매각했다. 앞서 현대해상도 강남 사옥을 한국토지신탁에 매각한 바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가 생보사들보다 부동산 규모가 작다보니, 재평가 차익이 조금만 올라도 상대적으로 관련 자산이 크게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낳는다"며 "IFRS17 도입 직전 재무건전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어 한동안 부동산 줄이기에도 힘을 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