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美 CPI 8.3% 상승…8개월만 둔화에도 예상치 상회 피크 아웃 기대감 찬물…6월 FOMC까지 인플레 우려 지속 경기 둔화 우려 심화…“시장 미치는 부정적 영향 클 것”
  •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뉴시스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뉴시스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CPI)의 상승 폭이 여전히 8%를 웃돌며 40년 내 최고치 근방에 머물렀다.

    이로써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잦아들기를 바랐던 시장의 기대감은 다소 사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 물가상승률의 오름세가 한풀 꺾였으나,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11일(현지시간) 4월 CPI가 전년 대비 8.3% 상승했다고 밝혔다. WSJ 등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8.1%)를 소폭 상회했으나 지난 3월(8.5%)보다는 둔화한 수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6.2%,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 CPI 또한 3월(6.5%)보다는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시장 예측치(6.0%)보다는 높았다. 

    세부적으로 4월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2.7%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4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둔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지만 주거, 식료품, 여행 등 전방위로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며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효과를 상쇄했다. 

    특히 전체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은 3개월 연속 0.5% 상승했다. 1년 전보다는 5.1% 올라 1991년 3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식료품값은 전월 대비 0.9%, 1년 전보다 무려 9.4% 상승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을 바라던 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CPI 발표 전 상승하던 미 주가지수 선물은 발표 후 일제히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급등하며 3.07%까지 올랐다. 미 증시 주요 지수 또한 급락 마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을 상회하자 혼조세로 출발했다”며 “여전히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의지가 높다는 점이 기술주 중심 매물 출회로 이어졌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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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6·7월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예정인 연방준비제도는 이 같은 물가 추세를 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일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영원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메스터 총재는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률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속도를 더 올려야 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근 하락장인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중고차 등 그동안 인플레를 주도했던 주요 핵심 품목들은 둔화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둔화세가 크지 않았다”라며 “주거비, 항공료 등 일부 주거 및 서비스 관련 품목들은 오히려 더 상승했다는 점이 4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배경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상승률 자체로는 지난 3월보다 오름세가 둔화했지만, 시장에서는 ‘피크아웃을 했구나’라는 반응은 아직인 것 같다”라며 “6월 FOMC까지 인플레이션이라는 족쇄를 계속 차고 가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인플레이션이 언제 정점을 통과할지, 정점 통과 이후 인플레이션 레벨 자체가 어느 정도까지 내려갈 수 있을지가 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와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 또한 “전문가들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클 것”이라며 “이처럼 여러 불확실성들이 혼재하는 시장 상황에서는 한 템포 쉬어가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물가 모멘텀 둔화는 올해 3분기 중 확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가격 변동성 높은 항목을 중심으로 물가가 둔화했지만, 지속성 높은 근원 물가는 오히려 상승했기 때문에 아직 물가 안정을 논하기는 이르다”라며 “특히 에너지 가격의 물가 기여는 5월에 다시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이어 “최근 미국 내 상품에서 서비스로 소비의 축이 이동해 근원 물가의 하방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라며 “물가 모멘텀의 실질적인 둔화는 완만하게 이뤄지면서 3분기 중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