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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1분기 최악 적자…물가안정·전기료 인상 두마리토끼 잡을까

한전 올해 1분기 7.8조 적자…에너지 조달 비용 급증올해 최대 33조 적자 전망…전기요금 인상 불가피고물가·고환율 경제 '휘청'…'전기요금 인상' 부추길수도

입력 2022-05-16 13:28 | 수정 2022-05-16 13:53

▲ 한국전력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 7조8000억원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도 더이상 전기요금을 눌러놓기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국가경제가 엄중한 시기에 자칫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인상을 부추길 수 있어 신중한 모습이다. 

한전은 지난 13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조3525억원 감소한 -7조7869억원을 기록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유 중인 출자지분과 부동산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를 매각키로 했다.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한전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증가 등으로 영업비용이 작년 1분기 14조5526억원에서 올해 1분기 24조2510억원으로 무려 9조7254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매출액은 작년 1분기 15조912억원에서 올해 1분기 16조4641억원으로 겨우 1조3729억원 증가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데다, 문재인 정부 동안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며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LNG 의존도를 높인 것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 1분기 LNG는 t(톤)당 132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2% 올랐으며 유연탄은 191% 상승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전의 적자 규모가 30조원이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적자가 올해 3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수단은 전기요금 인상 밖에는 없다고 분석했다. 

▲ ⓒ연합뉴스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전기요금에 발전 원료비를 반영하는 '원가주의'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당시 "전기요금을 계속 누르기만 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경영 정상화와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수단이지만, 문제는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2%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 11월 3.8%, 12월 3.7%에서 올해 1~2월 3.6~3.7%를 기록하다가 3월 4.1%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4.8%를 기록해 곧 5%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격히 상승해 지난해 4월 배럴당 62.9달러였던 두바이 유가가 지난달 기준 102.8달러로 63.4%나 올랐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가뭄과 폭염까지 더해져 식용유 대란과 밀 생산량 급감으로 식량대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고환율로 인한 에너지 조달 비용 증가와 무역수지 적자까지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인 정부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인 셈이다. 내부적인 것이 원인이라면 정부가 어떻게든 나서 물가안정 대응책을 마련하겠지만, 현재의 사태는 정부가 개입하기에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많아 대책 마련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올해 3분기 발전 연료비 증가분을 그대로 반영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면 물가상승으로 힘든 서민경제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이 같은 고민은 우리나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보다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물가불안으로 인해 소매가격에 도매가격을 다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국과 일본 등의 에너지 판매사업자는 파산하기도 했다. 

전기요금은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으로 나뉘는데 도매가격은 한전이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이며 소매가격은 소비자가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이다. 발전 연료비가 증가할 수록 도매가격은 증가하지만, 소매가격은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정부가 그동안 인상을 자제하면서 도매가격이 소매가격을 역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전력도매단가(SMP)는 지난달 ㎾h(킬로와트시)당 202.11원을 기록했지만 소매가격은 ㎾h당 110원대에서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팔면 팔수록 손해난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이번 기회에 전기가격 정상화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하는데 물가인상은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선진국들도 도매가격이 높아졌지만, 소매가격을 도매가격만큼 못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소매가격 인상 자제는) 물가인상의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그런 차원에서 도매가격을 전부 소매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감안해서 점진적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희정 기자 hjle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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