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형 순환펌프 저가공급…내부서 부당지원 기름보일러 시장점유 57%…저가공급 끊기자 적자 공정위 "부당 내부거래로 시장 공정질서 저해"
  • ▲ 외장형 순환펌프 ⓒ공정위
    ▲ 외장형 순환펌프 ⓒ공정위
    기름보일러 시장 점유율 57%를 차지하는 사실상 업계 1위인 경동나비엔이 보일러 부품을 저가로 공급받는 등 부당지원을 받은 혐의로 경쟁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경동' 소속 경동원이 계열회사인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로 판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경동원은 24억3500만원, 경동나비엔은 12억4500만원 등 총 36억8000만원이다. 

    경동원은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름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외장형 순환펌프를 매출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손실을 보며 판매하는 방식으로 경동나비엔을 지원했다. 

    외장형 순환펌프는 기름보일러 가동을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돼야 하는 장치로, 가열된 온수를 순환시켜 열을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보일러 온수 순환용에 국한되지 않고 농업용, 산업용 등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외장형 순환펌프는 기름보일러와 다른 별도의 시장이 형성됐다. 

    경동나비엔, 윌로펌프, 귀뚜라미, 한일전기 등이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경동나비엔의 시장점유율은 약 11.9%이다.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은 기름보일러가 가스보일러로 대체되면서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타사 제품으로의 대체도 어렵지 않아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경쟁요소다.

    하지만 경동원은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공급하면서 거래가격을 매출원가보다도 낮게 설정해 경동나비엔에 현저하게 유리한 거래조건으로 거래했다.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에 납품한 외장형 순환펌프의 거래가격은 매출원가보다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변동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생산을 할수록 손실이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경동원이 모든 손실을 부담하는 거래구조가 형성됐으며 이로 인해 경동나비엔은 경쟁이 치열한 외장형 순환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

    경동원의 지원행위가 없었다면 경동나비엔은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에서 상당한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가격경쟁력이 악화돼 판매를 중단·축소할 개연성도 있었다. 실제 경동원의 지원이 종료된 후 경동나비엔의 외장형 순환펌프 관련 영업이익은 2019년 -3억8200만원, 2020년 -5억3400만원으로 2018년 영업이익 3억3500만원에 비해 무려 30%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경동나비엔의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 점유율은 2009년 8.8%에서 2018년 11.9%로, 기름보일러 시장 점유율은 2009년 47.8%에서 2018년 57.4%로 확대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외장형 순환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계열회사 간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한 것"이라며 "국민생활과 밀접한 보일러 및 펌프 시장에서 계열회사 간 지원을 통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