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시 과표구간 조정…美 등 OECD 19개국 운영 한나라당, 2008년 도입 추진 좌절…政 "효과 의문"물가상승률 5%에 재논의…"과표구간 조정엔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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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면서 '소득세 물가연동제'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지난 2008년 당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를 돌파하자,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물가안정을 위해 소득세율 인하와 라면과 식용유 등 서민 생필품에 붙는 부가가치세 면제와 더불어 야심차게 추진했었다.하지만 물가상승이나 인하에 따라 수시로 소득세 과표구간이 달라지는 복잡성과 소득세 물가연동제에 따른 효과가 불분명하고, 이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 소득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정부는 현재의 소득세 과세체계를 유지해왔다.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난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5.4% 상승하고 품목별로는 전기·가스·수도 9.6%, 공업제품 8.3%, 농축수산물 4.2%, 서비스 3.5%를 기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물가상승률이 지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소득세 물가연동제의 원리는 소득세 과표구간에 물가상승분 또는 물가인하분을 반영해 과표를 변동시키는 것으로, 근로소득세에만 적용한다.현재 소득세 과표구간은 1200만원 이하·세율 6%, 1200만~4600만원 이하·15%, 4600만~8800만원, 8800만~1억5000만원 이하·35%, 1억5000만~3억원·38%, 3억~5억원 40%, 5억~10억원 42%, 10억원 초과·45%다.소득세는 2012년, 2014년, 2017년, 2018년 최고세율구간과 3억원 구간 신설을 도입하면서 변화해왔지만 과표 8800만원 이하 구간은 10여년 동안 조정없이 쭉 유지됐다. 그 사이 물가와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세 부담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증세' 효과가 나타났다.종합소득자 역시 물가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있지만, 근로소득자의 경우 사회보험료 인상, 명목임금 상승 등으로 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지난해 1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소득세 과세체계 개편방안 연구'에 따르면 면세자를 제외한 근로소득자의 1인당 소득세 부담액은 2012년 188만원에서 2019년 339만원으로 무려 80% 상승했다.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2021년 근로자 임금은 17.6% 상승했고,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 및 사회보험료는 39.4%가 상승했다. 임금보다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율이 2배 이상 높다는 이유로, 한경연은 물가에 따라 자동적으로 과표구간이 조정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주장했다.근로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 OECD 회원국 중 19개국이며 미국의 경우 실질세후소득의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물가를 과표에 반영해 조정하고 있다.미국의 방식을 우리나라 과세체계에 적용해 2020년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면 1200만원 이하 구간의 과표는 1210만원 이하, 4600만원 이하 구간은 4630만원 이하, 8800만원 이하 구간은 8860만원 이하, 1억5000만원 이하 구간은 1억5090만원 이하, 3억원 이하 구간은 3억190만원 이하, 5억원 이하 구간은 5억310만원 이하, 10억원 이하 구간은 10억630만원 이하로 조정된다.올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면 과표구간은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물가가 올라가는 만큼 실질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과표를 조정해줘야 세 부담이 일정하게 간다"며 "그런데 물가가 올라가도 과표는 그대로 유지되니까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추 실장은 "우리나라는 소득세 과표구간이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과표에 물가를 반영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과표구간 조정에 대해선 공감대가 있다"며 "당장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되기는 어렵곘지만, 과표를 조정해야 하는 부분은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