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 '유상' 원칙... 무상 합의 없었다"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 이미 해외 CP, CDN 무정산 방식 피어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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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는 15일 열린 넷플릭스와의 항소심 3차 변론에 제출한 변론 준비서면을 통해 "넷플릭스에 제공하는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는 유상이 원칙이기 때문에 ‘무상 합의’는 없었으며, 이는 기간통신사업의 근간을 부정하는 비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넷플릭스와의 망 연결지점을 SIX에서 BBIX로 변경하고 전용 망으로 연결한 것은 트래픽 급증에 따른 최종이용자의 불편을 우선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양사 간 합의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일 뿐이었다"며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무정산’ 사례는 주고받는 트래픽의 양이 비슷한 ISP 사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CP인 넷플릭스는 ISP와 주고받는 트래픽 없이 일방적으로 ISP의 망을 이용하는 이용자"라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자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는 상행위로서 당연히 유상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양사가 명시적인 계약 체결 없이 유상의 서비스를 무제한·무기한·무조건적으로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은 상행위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양사 간 무상 합의는 없었으며 넷플릭스도 양사 간 어떤 내용의 무상 합의가 있었는지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15년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CP인 넷플릭스가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양사의 입장 차이로 협상이 무산되자 넷플릭스는 2016년 1월부터 SK브로드밴드와 별도 합의 없이 IXP인 SIX(Seattle Internet eXchange)를 통해 일방적으로 트래픽을 소통시켰고 SK브로드밴드는 이러한 사실을 사후에 알게 됐다.

    SIX는 트래픽을 오픈 방식으로 교환하는 곳으로 ISP 또는 CP 누구라도 포트 비용만 내고 연결하면 별도의 개별적인 합의나 대가 지급 없이 서로 트래픽을 소통할 수 있다. 단, 전용회선이 아닌 일반 망이므로 품질(QoS, Quality of Service)은 보장되지 않는다.

    2018년 5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증가하는 트래픽과 품질을 일반 망으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공통 고객인 최종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연결지점 및 방식을 미국의 SIX보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일본의 BBIX로 변경하되, 입장 차이가 큰 망 이용대가 정산 논의는 추가 협의사항(Open Issue)으로 남겨뒀다.

    양사가 대가 선결에 집착할 경우 최종이용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연결방식에 대해서만 합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와 2016년 1월경 미국의 시애틀에 있는 IXP에서 무정산 피어링을 시작했다. 만약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반드시 지급받아야 연결한다’는 의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최초 연결 시 대가 지급이 없는 ‘무정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기존의 무정산 피어링 관계를 강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최초 연결 시 오픈커넥트 연결이 무정산 방식임을 잘 알면서 이를 선택했다. 아울러 이후 피어링하는 지점을 추가 개설하거나 피어링 지점의 용량을 증설하는 등 기존의 무정산 피어링 관계를 강화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SIX에서의 연동이 무상이었기 때문에 BBIX에서의 연동도 당연히 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둘의 연동방식이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SIX에서의 연동은 Open 방식으로 참여하는 사업자 간에 개별적인 계약관계가 없고 SIX에 교환기 연결비용만 내면 개별 사업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SIX 교환기에 연결된 모든 참여자들과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트래픽이 많을 경우 품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이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는 2014년부터 SIX에서 Open 방식(Public Peering)으로 연결해 SK브로드밴드의 망내 트래픽을 SIX에 연결된 다른 당사자들에게 또는 반대로 다른 당사자들의 트래픽을 SK브로드밴드의 망으로 별도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소통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가입자 및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에는 트래픽 품질 보장을 위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개별적인 합의를 통해 SIX에서 BBIX로 연결 지점을 옮겼고 양사 간 트래픽만 소통하는 전용회선으로 Private Peering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국제간 피어링에서 무정산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AT&T, 버라이존, 오렌지 등 글로벌 ISP의 피어링 정책을 보면 이들 ISP 역시 무정산 피어링은 ISP-ISP 간에서도 상호접속 지점 수, 접속 트래픽 규모, 트래픽 교환비율의 균형, 24시간 네트워크 지원 체계 등 엄격한 조건들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 트래픽은 유상으로 교환되며, 넷플릭스는 일방적으로 ISP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CP이므로 위와 같은 조건을 고려하더라도 무정산 피어링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백번 양보해 SK브로드밴드가 무상에 합의했다면 2015년에 넷플릭스가 제안했던 방식으로 제휴 대가를 지급 받으면서 국내에서 연동했을 것"이라며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 굳이 제휴에 따른 이익도 포기하고 국제회선 임차비용과 BBIX 연동비용이 발생하는 일본에서 연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에서 연동한 것은 양사가 비용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무정산 방식 피어링이 인터넷 세계의 확립된 관행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국제 비영리 기관인 Packet Clearing House의 2021년 시장조사 자료를 예시로 들면서 192개국 1500만 개 피어링 대상 중 99.9996%가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1,500만 개 피어링 중 57개(0.0004%)만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SK브로드밴드가 현재 많은 CP, CDN 사업자와 무정산 방식의 피어링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는 전 세계 인터넷 네트워크들이 참고하는 데이터베이스인 PeeringDB에서 자신이 해외 CP, CDN 사업자와 적극적으로 무정산 피어링 할 의사가 있음을 직접 밝히고 있다"며 "SK브로드밴드가 이 웹사이트에 게시한 고지 내용에 따르면 자신의 피어링 조건과 관련해 서면 계약 체결이나 트래픽 교환 비율 제한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미국 시애틀의 SIX 포함 다수의 해외 IXP에서 다른 사업자들과 무정산 방식 피어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세계적인 CDN 사업자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도 SK브로드밴드가 해외에서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오픈커넥트(OCA)가 트래픽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국내 ISP에 코로케이션 비용 등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OCA를 설치한다면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겠으나 넷플릭스는 무상 설치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다툼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OCA를 아무리 여러 장소에 분산하거나 숫자를 늘려 설치하더라도 최종이용자에게 전달되는 가입자 망에 발생하는 트래픽은 전혀 감소하지 않는다"며 "넷플릭스는 이 트래픽에 대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UHD, 4K)를 1시간 시청하는 데는 7기가바이트(GByte)의 데이터가 사용돼 CD 10장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교환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즉,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구축한 자체 CDN인 OCA를 설치하면서' 또는 'ISP의 전용회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겠다는 것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다른 CP, CDN들과 자신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달라는 부당한 요구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넷플릭스의 주장은 OCA를 ISP 통신국사에 설치하고 OCA 소유권도 ISP에 넘겨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으로 이는 결국 ISP가 자신의 책임으로 콘텐츠 제공 서비스를 하라는 의미다. 자신들은 콘텐츠 제작 및 공급자로서의 지위에만 해당함을 전제로 주장하는 것이며 이는 인터넷 생태계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SK브로드밴츠 측은 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 이용자에게 콘텐츠 제공 서비스를 하는 CP(Content Provider)이며 마찬가지로 ISP는 CP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