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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대신 통화스와프"…'퍼펙트스톰' 우려에 디커플링 주장도

美연준, 금리 0.75%p 인상 '급발진'…한은, 초유의 빅스텝 가능성KDI "경기 둔화 부작용 우려"… OECD "여건따라 정상화속도 결정"尹대통령 "복합위기"… 전문가 "환율 1300원땐 한미·한일 통화스와프"

입력 2022-06-17 09:18 | 수정 2022-06-17 09:53

▲ 미 연준.ⓒ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p) 금리 인상)을 밟자 한국은행도 0.5%p 이상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필요성과 대안으로 통화스와프를 제시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75bp(0.75%p, 1bp=0.01%p)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 1981년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에 시달리는 미국이 물가를 잡으려고 28년만에 최대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심지어 연준은 다음달에도 최소 빅스텝 이상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문제는 미국발 금리 인상이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긴축에 대비하라고 신흥국에 경고해 왔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수요와 교역 둔화를 동반하면서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한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번 자이언트 스텝으로 우리나라(연 1.75%)와 미국(연 1.50~1.75%)의 기준금리 차이가 상단 기준으로 같아졌다. 역전도 시간문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빅스텝 추격 가능성에 대해선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 3~4주 남아 있다. 그새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시장은 한은의 선택지가 넓지않다고 본다. 올해 남은 금통위 회의는 모두 4차례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한은이 다음달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0.25%p씩 스몰스텝을 밟아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는다면 사상 초유의 일이다.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선 디커플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대표적이다. KDI는 지난달 16일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한국이 기준금리를 미국에 동조해 급격히 올리기보다 국내 물가·경기 여건에 맞게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가져오더라도 중기적으로는 물가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KDI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독립적 통화정책을 쓰면 금리 동조화정책을 쓸때보다 소비가 매 시점 0.04%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으나 대규모 자본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지만 우리가 덩달아 빅스텝을 밟을 필요는 없다"면서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미국과 달리 국내 물가 상승률은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8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을 4.8%로 전망했다. OECD 평균은 8.8%, 주요 20개국(G20) 7.6%, 미국은 7.0%다. 한국은 조정폭도 OECD 평균보다 작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종전(2.1%)보다 2.7%p 상향 조정됐다. OECD 평균은 4.4%p, G20 3.2%p, 유로존 4.3%p 등이다. 미국은 2.6%p 조정됐다.

정 실장은 "우리도 물가 대응을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는 있지만 큰폭의 인상은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는 부작용도 따른다"면서 "균형있게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OECD도 경제전망 정책 권고에서 "회원국별로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지난달 11일 '미국 금융긴축 전개와 금리정책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지속적인 금리 상승이 초래할 가계의 이자부담 급증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함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간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경제주체들이 금리인상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가계부채는 1862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2일 내놓은 '대출금리 상승이 가계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면 저소득층·자영업자·청년층 가구의 재무건전성이 가장 취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달러.ⓒ연합뉴스

일각에선 금리인상 속도조절론과 함께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달러화를 급격히 빨아들일 경우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말 종료된 상태다. 정 실장은 "당장은 아니어도 국제금융시장의 급변동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정 시점에 통화스와프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스와프 체결 자체가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상징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이다. 외환보유고 외의 외환유동성을 확보하는 추가적 수단인 셈이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때 한은과 미 연준이 맺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데 크게 한몫했다. 당시 한은은 통화스와프를 기초로 외화대출을 시행해 기업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외화보유액은 4477억1000만 달러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말(4692억1000만달러)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한 9300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때 통화스와프가 논의됐어야 한다"면서 "미국으로선 한국만 특별대우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겠지만 새 정부가 준비가 안됐던 게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발 더 나가 한일 통화스와프도 재체결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때 우리나라는 한미 통화스와프뿐 아니라 700억 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도 있었다"면서 "일본의 달러보유액은 1조3000억달러 이상이다. 새 정부 들어 한일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2중 안전장치로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 '위기 징후'로 볼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통화스와프 체결 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장중 한때 1290원을 넘기도 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6일 1285.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편 정부는 16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 8일 OECD가 제시한 2.7%보다도 0.1%p 낮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국내외 여건이 매우 엄중하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한 가운데 복합의 위기에 경제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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