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서울 미분양주택 688가구…전월비 91.1% 급증 2007년 모기지사태 때와 비슷…매매지수 고작 '88.1' 집값고점인식·중도금대출금지·금리인상 등 악재 산적
  • 서울지역 민간주택 미분양주택수가 한달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나며 3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서울시내 민간주택 미분양주택수는 총 688가구로 전월대비 91.1% 급증했다. 이는 세계금융위기를 촉발했던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초기인 704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서울 미분양주택수는 4월말에도 3월(180가구) 대비 100% 늘어난 360가구를 기록, 올 1월말(47가구)와 비교하면 무려 14.64배나 뛰었다. 

    이는 신규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주택시장 특성상 이례적인 일이다.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보고에 따르면 연간 서울 미분양주택수는 2014년 1356가구에서 2015년 494가구로 줄어든 후 줄곧 100가구 안팎을 유지해 왔다.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2017년과 2020년에는 각각 45가구·47가구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지방과 수도권에서 주로 발생했던 미분양 증가세가 '청약불패'인 서울로까지 확산된 것을 두고 부동산시장 하락장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집값이 앞으로 1~2년 조정과 보합 국면을 이어가고 2024년부터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내년까지도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이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미분양주택이 급증한 이유로 △집값고점인식 △중도금대출금지 △금리인상 등을 꼽았다. 

    한국부동산원은 "급격한 금리인상 부담과 경제위기 우려, 잠실·삼성·청담·대치동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영향 등으로 매수세와 거래활동이 위축됐다"고 내다봤다. 

    실제 서울아파트 매수심리는 7주연속 떨어지고 있다. 집을 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원이 내놓은 6월 셋째주 서울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1로 지난주 88.8보다 0.7p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비중을 나타낸 수치고 기준선(100) 보다 낮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금리인상은 실수요자 자금부담으로 직결돼 매수심리는 더 위축될 수 있다. 부동산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보수적 관점에서 내집마련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