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 8번째 경영 복귀 시도소모적 경영권 분쟁 대신 난관 극복 힘 모아야
-
삼배지치(三北之恥)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세 번 싸워서 세 번 패배하는 부끄러움이라는 뜻으로, 싸움에서 번번이 지는 수치스러움을 뜻한다. 거듭되는 부결에도 불구하고 여덟 번째 경영복귀에 나선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또 롯데그룹 흔들기에 나섰다. 오는 29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동생인 신동빈 롯데홀딩스 회장의 이사 해임과 본인 이사 선임 안건이 담긴 주주제안서와 사전 질의서를 제출한 것.질의서에는 ▲시가총액 감소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책임 ▲롯데쇼핑 실적 저조에 대한 책임 ▲신동빈 회장의 과도한 이사 겸임 ▲신동빈 회장의 유죄판결에 대한 책임 ▲신동빈 회장의 고액 보수 ▲신동빈 회장에게 보수를 반환하게 할 것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방침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얼핏 보면 회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제안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도를 넘은 떼쓰기에 가깝다. 기존 제출한 제안서와 다를 바 없는 내용이고, 신 전 부회장이 앞서 일곱번의 주총 표 대결에서 임직원의 신뢰를 받지 못해 번번이 부결된 점만 봐도 그렇다. 법원에서도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의 준법경영 문제와 윤리 의식 결여를 인정해 회사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이쯤 되면 롯데의 기업가치를 누가 훼손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롯데는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점화하면서 일본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이로 인해 불매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됐고 정치권으로부터 난타를 당하는 등 뼈아픈 시간을 겪었다.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까지 겹치면서 실적은 직격탄을 맞았다.이후 신동빈 회장은 경영혁신 방안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그룹 개혁에 나섰다. 한국경제에 이바지하고자 40조원의 투자계획과 7만명 신규 고용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한 롯데지주를 출범하고 2014년 75만개에 당하던 롯데의 순환출자 구조를 2018년 0개로 줄이는 등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현재는 지배구조의 정점이라 불리는 호텔롯데 상장만 남아있는 상황이다.올해 롯데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롯데는 3월 정기주총에서 새로운 성장 테마로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플랫폼 4가지를 내세웠다. 또한 신성장 사업과 화학·식품·인프라 등 핵심 산업에 5년간 총 37조원을 투자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넣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를 위해 신동빈 회장은 동분서주하며 국내외 경영보폭을 넓혀가고 있다.하지만 대내외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장기화하고 있고, 한국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의 어려움에 직면해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은 더 이상 어린아이 같은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선 안된다. 본인의 사익을 주주제안으로 포장하며 소모적인 싸움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주주의 역할이자, 기업가치를 올리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