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컨소시엄 빈번…리스크 감소 효과조합 "사업성 저하" 반대…금지 조항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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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비사업 시장 곳곳에서 '합종연횡'에 나서는 건설사와 이를 반대하는 조합간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시장의 불황이 지속되자 건설사들은 리스크와 비용 감소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 정비사업 입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조합은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컨소시엄 금지 조항을 내거는 등 단독입찰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컨소시엄 구성해 사업을 수주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컨소시엄은 2개 이상의 시공사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공동수행하는 것으로 과거엔 대형건설사에 비해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수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구성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시공능력평가 10위내 대형사들도 잇따라 컨소시엄을 꾸리고 있다. 특히 사업비가 5000억~1조원 규모의 대어급 사업장에서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을 꾸려 총 공사비 9528억원 규모의 이문4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 사업은 연면적 59만5638㎡ 부지에 지하 5층~지상 최고 40층, 20개동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바로 옆 이문3구역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공사를 진행중이다. 4321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공사비가 1조원에 육박한다. 

    최근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도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10대 건설사 4곳이 컨소시엄 형태로 시공단을 꾸렸다. 

    이 사업은 기존의 5930가구를 헐고 1만2032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3조원에 이르는 매머드급 사업이지만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이 격화되며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최근 건설업계의 주요 먹거리가 된 대규모 복합개발사업도 컨소시엄 구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총 사업비 2조16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민간투자사업인 '잠심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의 경우 한화 컨소시엄이 무역협회 컨소시엄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한화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로는 한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등이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안전사고나 미분양 등 예측하기 힘든 리스크의 발생 위험이 높은데, 컨소시엄은 건설사가 공동책임을 져 위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며 "수주전 과열에 따른 출혈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은 이 같은 컨소시엄 트렌드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가장 큰 반대 이유로는 '사업성 저하'가 꼽힌다. 

    정비사업 시장은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할수록 조합이 이득을 보는 구조다. 수주를 위해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유리한 조건을 내걸기 때문에 사업성을 높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하지만 수주전에 대형 건설사 컨소시엄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보통 대형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서면 규모의 경쟁에서 밀리는 다른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해 유찰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컨소시엄이 단독입찰로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럴 경우 컨소시엄은 무리하게 좋은 사업 조건을 약속할 필요가 없고, 조합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조합은 '공동도급 불가(컨소시엄 금지)'를 입찰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현재 시공사 선정이 끝난 한남3구역과 노량진8구역, 마천4구역 등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공동도급 불가(컨소시엄 금지)'를 명문화한 바 있다.

    또다른 조합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1군 건설사 브랜드가 들어선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성이 커 컨소시엄이 유리할 수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다"며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건물 구조와 특성이 달라 통일성이 떨어지거나,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향후 매매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컨소시엄으로 리스크 부담을 줄이려는 건설사와 사업성을 조금이라도 높여리는 조합과의 갈등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