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현대차그룹, BMW코리아그룹 두 곳 참석2018년에 비해 르노코리아, 벤츠 등 상당수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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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모터쇼가 다음에 열릴 수 있을까요? 저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요. 솔직히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 아니었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거예요.”현장에서 만난 다른 매체 기자의 말에서 부산모터쇼의 추락한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부산모터쇼는 지난 14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2020년 부산모터쇼는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4년 만에 개최됐지만, 예년과 비교해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존폐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올해 부산모터쇼에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BMW ▲MINI ▲롤스로이스 등 6개 브랜드만 참여했다. 사실상 현대차그룹과 BMW코리아그룹의 두 곳만 참여한 셈이다. 둘 중 한 곳이라도 없었다면 이번 모터쇼는 무산될 뻔했다.2018년 부산모터쇼와 비교하면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르노코리아자동차, 한국지엠 두 곳이 불참했고, 수입차 업계에서는 벤츠, 아우디, 토요타, 렉서스,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인피니티등이 빠졌다.그 중 닛산과 인피니티는 지난 2020년 한국 철수를 했기 때문에 제외하더라도 상당수 업체들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부산모터쇼의 위상은 초라해졌다. 특히 부산에 공장이 있고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던 르노코리아의 불참은 모터쇼를 넘어 지역사회에도 큰 충격을 줬다.이번 모터쇼를 취재하면서 ‘아이오닉6로 체면치레를 했다’는 반응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현대차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6가 부산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면서 그나마 화젯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이오닉6를 비롯해 기아 ‘콘셉트 EV9’, BMW ‘i7’ 등을 제외하면 이미 출시된 모델들이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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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산모터쇼만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 과거 세계 5대 모터쇼로 불렸던 ▲파리 모터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제네바 모터쇼 ▲디트로이트 모터쇼 ▲도쿄 모터쇼 등도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모터쇼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그러나 이번 부산모터쇼에는 국내 브랜드 1곳, 수입 브랜드 1곳만 참여하면서 차기 모터쇼가 개최될지도 불투명해졌다.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체들이 모터쇼에 참가하려면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야 하지만 투자금액 대비 효과를 얻기 어렵다”면서 “부산모터쇼가 변화하지 못하면 국내에서는 서울모빌리티쇼(옛 서울모터쇼)만 남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이에 따라 부산모터쇼가 지속되려면 CES(세계가전전시회)를 벤치마킹해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CES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로 불릴 만큼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행사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과거 CES와 개최 시기가 비슷했던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CES의 위세에 밀려 2020년에는 6월로 개최 시기를 옮겼다가 코로나19로 취소했고, 지난해에는 9월 ‘모터 벨라(Motor Bella)’로 명칭을 변경했다.실제로 다른 모터쇼들도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명칭을 ‘IAA 모빌리티’로, 서울모터쇼는 ‘서울모빌리티쇼’로 변경했다. 기존 자동차 영역을 넘어 ▲전동화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까지 분야를 확장해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이번 흥행 부진을 통해 부산모터쇼가 혁신하지 못하고 기존의 모습에 안주한다면 얼마든지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부산모터쇼가 앞으로도 지속되려면 미래 모빌리티의 변화와 기술 트렌드, IT·배터리·인공지능(AI)·문화콘텐츠와 모빌리티의 결합 등 부산모터쇼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2024년에도 부산모터쇼를 볼 수 있기를, 좀 더 많은 브랜드가 참가해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