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秋부총리·李총재 연쇄 접견… 공급망 등 논의고환율·한미 금리역전 앞둬…통화스와프 재체결 필요성↑연준 고려해 직접발언은 없을듯…"반도체·배터리 협상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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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해 19일 윤석열 대통령,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잇달아 만난다. 공급망 경제동맹 강화와 함께 1300원대 고환율에 한미간 금리 역전을 앞두고 통화스와프에 대한 물밑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정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을 예방하고 국제 경제 상황과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옐런 장관은 이에 앞서 카운터파트인 추경호 부총리, 이 총재와도 만날 예정이다.옐런 장관의 이번 방문 목적은 명확하다. 옐런 장관은 서울로 향하는 군용기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이번 방한에서 대북 제재 문제와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우방국과 경제안보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이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의 연구·개발(R&D) 시설을 찾은 것도 동맹국과의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5월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바로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으로 꼽히는 삼성 반도체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바 있다.윤 대통령도 이날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옐런 장관과의 접견에서) 지난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 때 한미동맹을 정치안보 동맹에서 경제안보 동맹으로 구체화한 합의 내용에 대해 좀 더 진전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접견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려고 추진하는 이른바 '칩4(Chip4) 동맹' 참여 문제를 비롯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북한 자금줄 차단을 위한 추가 제재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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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과 관련한 물밑 논의가 함께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이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급할 때마다 달러화를 빌려 쓸 수 있는 만큼 외환유동성을 확보하는 추가적 수단인 셈이다.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된 상태다.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1317.4원)보다 0.6원 오른 1318.0원에 개장했다.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한번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p) 금리 인상)을 밟으면 한미 간 금리는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동안 미국의 긴축에 대비하라고 신흥국에 경고해 왔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수요와 교역 둔화를 동반하면서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어느 때보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일각에선 이번 한미 재무장관회의에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화스와프는 미 재무부가 아닌 연준의 업무영역이라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0.5%p 금리 인상)을 밟은 뒤 통화스와프를 언급하며 "(방한하는 옐런 장관과의 면담에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때 양국 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이 말씀하셨다"면서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의 만남에서 (외환시장 안정 방안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한미 통화스와프가 논의되길 기대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일단 이날 오후 4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재무장관회의 주요 의제에 세계·한국경제 동향과 함께 외환시장 협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008년 한미가 통화스와프를 맺을 때 당시 강만수 기재부 장관은 직접 미국을 방문해 지인을 총동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요청했다"며 "(이번에도)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일부 경제전문가는 이번 회동에서 칩4 동참을 전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칩4 동맹은 미국이 지난 3월 제안한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를 말한다. 한국·일본·대만이 참여하는 얼개다. 미국은 시스템반도체 설계, 한국과 대만은 생산, 일본은 소재 등에 특화돼 강점을 보이는 만큼 협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미국은 다음 달 말 실무자급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의 제안을 역으로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면서 "칩4동맹 참여를 통화스와프 재체결과 연계해 추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