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맞이 해야하는데… 상인들 시름 깊어져닭고기 도매가 19% 오르고 인력난 심각삼계탕 가격 지난해 보다 5.9%↑… 한그릇에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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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28)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삼계탕집에 들렀다가 가격표를 보고 놀랐다. 삼계탕 한 그릇이 2만2000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한 끼에 2만원대면 이 돈으로 치킨을 사 먹는 게 더 나을 정도다. 물가가 올랐다는 게 삼계탕 가격을 보니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1년 가운데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 중 반절인 ‘중복’이 다가왔다. 특히 예년과 달리 길고 긴 장마가 끝나고 고온다습한 열기가 올라와 기운을 보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하지만 손님맞이에 분주할 삼계탕 가게들은 날이 갈수록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이어 오르는 물가에 더해 삼계탕 재료 수급부터 인력난까지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지난 25일 12시쯤. 점심시간을 넘긴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삼계탕 전문점은 점심 준비에 한창이다. 이 지역은 주변에 회사가 많아 늘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더운 날씨와 연이은 코로나 확산세 탓인지 곳곳에 비어있는 좌석이 보였다.태평로에 소재한 삼계탕 전문점 사장 A씨는 “중복도 복날이라 손님은 많이 찾는 편이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적다”면서 “연이어 오르는 물가에 재료 수급난, 코로나 재확산까지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특히 삼계탕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닭고기 가격은 무섭게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집계 결과 25일 기준 ㎏당 닭고기 도매가는 3689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의 3099원보다 19%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상반기 ㎏당 닭고기 월평균 도매가는 1월 한 달을 빼고는 모두 2000원대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3236~3661원으로 모두 3000원대를 기록했다. -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닭고기 가격이 유가상승 등 부자재 비용이 크게 오른 가운데 폭염으로 양계장 관리비용 상승과 집단폐사 등으로 인한 공급량 감소가 닭고기 가격 상승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태평로 인근에서 삼계탕 전문점을 하는 사장 B씨는 “주재료인 닭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를 들면 500마리가 필요한 상황에 300마리만 간신히 들어온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복날 같은 특별한 날에는 전날 미리 닭 손질을 끝내야 하는데 수급이 안 돼 새벽에 받아 손질해도 점심까지 손질을 못 끝내 차질이 생길 판”이라고 했다.상인들은 인력난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코로나 이후에 사람들이 힘든 일을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식당 고정 직원들 빼면 필요할 때마다 파트타임을 부르는데 그마저 수급이 안 돼 식당 일부는 손님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B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복때는 단체예약으로 손님을 30명씩 받았지만 지금은 손님 응대도 벅차 예약은 소수인 팀만 받고 그 외는 찾아오는 손님 응대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이러한 가게들의 사정은 복날에 방문하는 손님들의 지갑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삼계탕 가격은 전국 평균 1만4356원으로 전년 대비 5.9%(1만3553원) 올랐다.실제로 서울 중구 소재의 식당에서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은 1만8000원이다. 인근 다른 가게들도 각각 1만6000원, 1만700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A씨는 “물가도 오르는데 인건비도 오르고 모든 게 다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했다”며 “지난해 겨울 손실된 비용을 이번 여름에 보충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마저도 힘들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