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세 36.5조↑…법인세23.8조↑·소득세69.6조↑5월 관리재정수지 71조 적자…연말까지 110조 웃돌 듯7월 소비자물가 6%대…실질임금 '감소세' 불가피
  • ▲ 적자.ⓒ연합뉴스
    ▲ 적자.ⓒ연합뉴스
    올 상반기 국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조원 넘게 더 걷혀 세수 풍년을 보였다. 하지만 지출도 덩달아 늘면서 나라살림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재정당국은 올해 살림 적자 규모가 1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달에도 6%대 소비자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급쟁이 실질임금은 4월에 이어 5월에도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6월 국세 수입 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1∼6월) 누계 국세 수입은 21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21조7000억원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6조5000억원(20.1%)이나 증가했다.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 중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은 추가경정예산(추경) 대비 55.0%로 나타났다. 상반기에 이미 올해 예산(396조6000억원)의 절반 넘게 걷혔다는 얘기다. 지난해(52.8%)보다 2.2%포인트(p), 최근 5년 평균치(52.7%)보다는 2.3%p 웃돌았다.

    법인세가 6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조8000억원(60.0%) 더 걷혔다. 반도체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기업 실적 개선됐기 때문이다.

    고용 호조가 이어지며 근로소득세·종합소득세 등 소득세도 69조6000억원 걷혔다. 1년 전보다 9조3000억원(15.4%) 증가했다.

    고물가 여파로 부가가치세는 40조2000억원이 들어왔다. 1년 전보다 4조원(11.2%)이 늘었다.

    종합부동산세는 2조원이 걷혔다. 지난해보다 9000억원(78.0%) 증가했다. 지난해 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올해까지 6개월에 걸쳐 분납을 신청한 인원이 증가한 탓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종부세는 납부세액이 250만원을 넘으면 6개월 이내 분납이 가능하다.

    증권거래세는 3조7000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증시 부진 여파로 1조8000억원(33.1%) 감소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도 2조9000억원(32.8%) 줄었다. 고물가 대응으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 ▲ 올 상반기 국세수입 현황.ⓒ기재부
    ▲ 올 상반기 국세수입 현황.ⓒ기재부
    세수는 역대급으로 늘어 풍년을 맞고 있지만, 나라살림은 신통찮다. 세수 못지않게 씀씀이가 커지고 있어서다.

    기재부가 지난달 발표한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8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1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각각 1년 전보다 28조4000억원,  22조7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세수입이 늘어도 나라살림이 적자 행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이 5.2%쯤"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내년부터 '3% 이내'로 묶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적자 비율은 이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내년에도 재정준칙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의 내대외적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어서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수요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GDP 대비 2.3%로 내다봤다. 종전(2.5%)보다 0.3%p 낮춰잡았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밝힌 2.6%보다 낮은 수준이다.

    심각한 것은 내년 전망이 더 나쁘다는 점이다. IMF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8%p 내린 2.1%로 전망했다. 앞선 4월 WEO에선 올해 2.5% 성장한 뒤 내년 2.9%로 소폭 오를 거로 전망했는데, 이번엔 올해 2.3%, 내년 2.1%로 추가 하락을 경고했다. 설상가상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확산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올 2분기 미국의 경제 증가율은 마이너스(-) 0.9%로, 두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기술적으로는 경기침체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로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 ▲ 고유가.ⓒ뉴데일리DB
    ▲ 고유가.ⓒ뉴데일리DB
    나라살림만 팍팍한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은 29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장마와 불볕더위 등으로 농산물가격이 상승해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얇아진 지갑에 소비를 망설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밝힌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0.9% 감소했다. 4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지난 1997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연속 감소한 이후 2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28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는 올 1~5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88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5.9%(21만7000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366만원으로 1.5%(5만5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월별로 살펴보면 5월 333만9000원으로 실질임금이 지난해보다 0.3% 감소했다. 4월(-2.0%)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2월(-9.8%)에도 큰 폭으로 줄었다. 올 들어 5개월 동안 석달이나 감소를 기록했다. 임금 인상폭(1~5월 누적)이 대기업(10.0%, 56만4000원)보다 작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4.5%, 14만7000원) 근로자는 사정이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